유비쿼터스 시대의 지식생산과 문화정치 - 예술-학문-사회의 수평적 통섭을 위하여 문화과학 이론신서 55
심광현 지음 / 문화과학사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근래 정보혁명시대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이 생산되고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마샬 맥루언의 영감에 찬 도발적 시도인 󰡔미디어의 이해󰡕의 연장선에 있는 글들이었다. 그러나 심광현은 이 책에서 맥루언에 못지않게 도발적이고도 영감에 차, 정보혁명-나노혁명-유전공학혁명이 예측불가능한 형태로 만개할 21세기란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지구적 변화를 예술-학문-사회의 수평적 ‘통섭’을 통해 맞이하려 한다. 이것을 선도하는 것은 그에 의하면 먼저 예술이다. 왜냐하면 그는 예술에서 경계를 넘어서는 자유, 이질적인 것들을 접속하여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는 상상력의 발현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먼저 예술 내에서의 통섭을 그 출발점으로 삼고 이를 동력으로 하여 예술-인문과학-과학기술 간의 통섭을 이루어 내고자 한다. 이런 소위 ‘통섭’ 과정은 포스트모던 사유들이 자주 공격하듯, 총체성의 직접적 실현일 수는 없고, 말하자면 ‘파편적 총체성’을 획득해 나가는 부정적 통일과정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그가 사용하는 ‘통섭’ 개념은 환원주의적 경향과는 단호히 결별한다. 이렇게 얻어진 각 부문지들간의 통섭과정을 통해 그는 ‘가상공간’과 물리공간과 가상공간이 결합된 ‘증강현실’의 혼성적 공간들 사이를 횡단하는 새로운 지식들과 행위들이 산출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이런 지식-행위 생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통해 그가 기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사실, 료타르라면 거대담론이라고 그 물음 앞에서 후퇴했을 성질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역시 그들 회의주의적인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그러듯, 손쉽게 폐기해 버릴 성격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규제적 이념’으로 소중히 간직하여 사회적 실천에 있어 있을 수 있는 역진행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전통적인 분열태로 남아 있는 이성과 감성, 이론과 실천, 대학과 사회, 지식인과 대중,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사이의 간극을 이를 통해 좁혀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기획하고 있는 생태적 문화사회의 기본 모습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그는 확실히 거대한 몽상가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이론적 기획들을 단지 이론적으로만 준비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기획을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으로 현실화시키려 했다. 그는 자신이 재직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U-AT 통섭교육단을 설립하여 9개 랩을 조직하고 이 전체 이론적 기획을 기초에서부터 다듬어 나가기 위해 연구소에 전문 학자들을 초빙하여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실현가능한 것으로 만들려 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사업의 대부분은 그 걸음마 단계에서 유인촌 장관이 지휘하는 문광부의 직격탄을 맞아 스러져 갔다. 이를 통해 일본 및 서구의 전문 학자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던 이 도발적인 기획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완벽히 고사해 버리고 말았다. 결국 새 시대에 걸맞는 도발적인 새로운 실험은 관료들의 책상위에서 언제나 위험스럽기만 한 안전핀을 제거한  ‘핵폭탄’과 같은 운명이 되고 말았다...



심광현은 이 책에서 GNR 혁명을 통해 대단위로 변화 하고 있는 21세기 환경을 ‘개념파악’ 하려 한다. 그 목적은 기술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오히려 해방의 잠재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이런 작업을 위해서 꼭 필요한 내용들을 선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런 예감에 찬 내용들을 비판적으로 독해하고 풍부히 하여, 우리 삶에 밀려들어 오고 있는 거대한 파도에 속절없이 휩쓸려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파도타기란 놀이에 필수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역시 온전히 독자의 몫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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