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수행법 강의 남회근 저작선 2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 / 부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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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강원도 어느 산사에서 사나흘간 묵을 일이 있었다. 수십년간 기독교 문화권 내에서 생활했던 나는 절에서 잠을 잔 경험이 없었고, 이때도 예불 시간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너댓 시간을 등산하고 돌아와서는 하루 종일 밀린 원고를  쓰며 지냈다. 그때 절에서 지내려면 예의상 불교의 기본은 알아야 될 것 같아서 <불교와의 만남>이란 책을 들고갔는데, 절에서 나올 때쯤에는 뜻하지 않게도 강한 문제의식이 생겼다.  

만물은 한 뿌리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나는 죽어 저 새가 될수도 있을까? 생사란 무엇인가? 이런 문제의식들은 기독교적이라기보다는 불교적인 물음에 가까웠다. 그 뒤로 서점에 갈 일이 있으면 습관적으로 불교책 코너에 가서 책을 고르곤 했다. 

이런저런 불교책을 수십권 읽었지만 그 깊고넓은 불경의 바다에서 제대로 노를 젓기란 힘든 일이었다. 몇차례 불교교양강좌에도 참석을 하고 인터넷으로 불교방송을 들으며 감을 잡아갔지만 몇년의 시간이 지나도 제자리를 맴도는 느낌이었다.  불교를 신앙과 수행의 관점이 아닌 교양과 사상으로만 대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서점에서 남회근 선생의 강연모음집인 <불교수행법>을 구해  일주일 가까이 책장을 넘기면서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제대로 된 광맥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저자 남회근 선생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지만, 책속에 게재된 선생의 사진만 봐도 예사분이 아님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남회근 선생의 또다른 저작인 <금강경강의><정좌수도강의>는 바로 인터넷으로 신청했다. <금강경강의> 역시 명쾌한 강의로 알듯모를듯 하던 금강경의 핵심을 잘 짚어주었다.  

7백쪽이 넘는 <불교수행법강의>를 불교 초심자들이 한 번 훒어보고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남회근 선생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도 없기에 누군가가 대신 강독회를 지도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긴다. 사람마다 책과의 인연은 다르겠지만 내게는 <능엄경> <금강경> 같은 경전이외의 해설서 중에 딱 한 권을 고르라면 이 책을 택하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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