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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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을 읽고 나니 누군가의 오래된 일기장을, 여과 없이 쏟아진 온갖 감정들을 몰래 훔쳐본 기분이다.

새로운 관계를 잘 받아들이는 법을 몰랐던 겁 많은 두 사람. 기하와 재하가 번갈아가며 과거를 반추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잘 몰라서, 혹은 용기가 없어서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던 미숙한 과거는 현재까지도 공기 중 아주 작은 먼지 한 톨처럼 주변을 맴돈다.

작중에서 기하는 두 챕터 모두에서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두고 온 것만 같았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도 지금껏 기하처럼 많은 것들을 두고 왔을 것이며, 뭔지 모를 무언가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공백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비워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것이 자의가 아닌 타의일지라도.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지를. 때때로 미소짓고, 더 많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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