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전나무의 땅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7
세라 온 주잇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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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따라가며 우리는 마을 주민들에게 초대받고, 환영받고,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사랑하는 것을 소개받고, 그들의 일부가 되고, 그들의 슬픔을 공유하고, 추억을 나눈다.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다. 흡사 <세계테마기행>의 소설버전 같은 느낌! 우리는 항상 다정한 사람들을 만날 수만은 없기에, 이렇게 좋은 날씨에 좋은 향이 가득하고 아름다운 풍경에서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나누는 그들의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누군가의 가족의 일부가 되어보기도 하고,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이런 다정을 그림같은 소설로 겪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흐뭇하고 좋았다.


책을 새벽부터 쭉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마지막 두 장을 두고 졸음이 쏟아져서 잠들어지만 일어나서 바로 책을 펼쳐들었다. 아마도 이 책이 끝날 쯤, 주인공은 이 마을을, 뾰족한 전나무의 땅을 떠나게 되겠지. 그런 슬픈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달까...


나는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묘사가 다양하고 화려하면 영화의 장면으로 상황을 상상하는 편이다. 그런데 <뾰족한 전나무의 땅>은 신기하게도 인상파 작품을 상상하며 읽었다. 어쩌면 표지 덕분일지도 모르고... SNS에는 이렇게 평을 남겼는데... "살랑이는 풀잎들이 부드러운 붓길을 따라 바람에 향기를 남기는 듯".


올 봄이나 여름에, 날이 좋은 날 자연 속에 자리하게 되는 날이 있다면, 이 책을 꺼내들고 읽고 싶다. 정말 다정한 책이라는 감상이 머릿속을 떠나지를 않는다.



우리는 숲과 가까이 맞닿은 바위 끝을 타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뾰족한 전나무로 둘러싸인 정상에서 섬 전체를 내려다보고, 이 섬과 조금씩 엿보이는 다른 수백 개의섬을 둘러싼 바다, 육지의 해안과 저 멀리 수평선까지 조망했다. 문득 광막한 세상을 감각할 수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시야를 막거나 몸을 에워싸지 않았으니까. 탁 트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이런 자유로운 시공간적 감각을 느끼게 되는 법이다.
"세상에 이렇게 풍경 좋은 곳은 없을걸요." 윌리엄이 자랑
스레 말했고, 나는 서둘러서 진심 어린 찬사를 늘어놓았다. 아무래도 한 번도 고향을 벗어난 적이 없는 꼬마에게 어울리는 말이었지만, 나고 자란 거친 땅을 소중히 여기는 그를 보면 누구든 애틋함을 느꼈을 것이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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