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렇게
우선덕 지음 / 오프로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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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을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프로필 사진은 연예인 뺨칠 정도로 대단한 미인이심-- 언제적 사진인지는 모름 ㅎ) 굉장히 우아한 분이실거 같고 마음도 너무나 여리고 순진해서(아들이 이런 작가님을 바보엄마라고 부를 정도) 안타까울 정도다. 그런 성정이 글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글이 참 따스하고 기품이 넘친다. 그러면서도 유머가 있다. 나랑 거의 한 세대가 차이나서 문체나 어휘가 국어책에서나 볼 법한 고어(古語) 느낌이 난다. 황순원, 조병화, 양주동 같은 전설적인 분들이 스승이란다. 부럽.
아껴가며 천천히 보려고 했는데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었다. 결국 새해 첫날 하루만에 다 읽고 말았다.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눈 아파라.
어떤 부분에서는 빵빵 터지고(어쩜 그리 남자 보는 눈이 없냐는 대목에서는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났다. 내가 맨날 듣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밑줄 긋고 달달 외우고 싶을 만큼 문장이 마음을 확 치고 들어왔다.
이렇게 훌륭한 작가님을 몰라뵙고 그동안 내가 너무 까불었구나 싶어 뒤늦게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쉽게 쓱쓱 쓰여지던 소설이 이젠 쓰기 싫다고 하셨다.
아마도 추측컨대 생명을 살리는 일에 진심이다 보니 글쓰는 일이 부질없게 느껴지지 않으셨을까?
새벽 서너시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집을 나서 지하철 서너 정거장을 걸으면서 비둘기 모이를 주신다고 들었다. 수많은 길고양이들을 건사하고 학대받는 이웃의 개를 대신 보살피느라 바쁘시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바쁜데 참으로 많은 생명을 살리신다.
여리여리한 외모라 술은 한모금도 못 마시게 생겼는데 예전에 엄청난 술고래였다고... ㅋㅋㅋ 최인호 등 당대의 유명한 소설가들과 술 먹고 이어령 샘 댁에 쳐들어가서 화장실에 토했다나 뭐라나 ㅎㅎ
그걸 또 여동생이 맨손으로 다 치웠다나 어쨌다나.... 아이쿠야..
친정어머니 최분순 여사님이 김구 선생님의 최측근이었다는 이야기, 맨손으로 사업을 일군 이야기, 외할머니 이야기, 사랑스런 딸과 아들 이야기 등등 모든 꼭지가 하나하나 다 재미있고 따스하고 정겹다.
얼마전 겁도 없이 신춘문예 응모해서 보란듯이 미역국 먹었는데 역시 신춘문예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었어.
대학교 4학년 때 신춘문예에 떡하니 합격한 글솜씨인데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작가님의 이번 산문 <어떻게 그렇게>가 대박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불리어지지 않았고
가장 아름다운 춤은 추지 않았고...뭐 대충 이런 내용의 시처럼 소설가 우선덕님의 가장 훌륭한 소설은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해 봅니다.
제발 다시 소설을 쓰셔서 이번 산문처럼 가슴 따뜻해지는 인간미 넘치는 작품을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산문집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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