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한 활 - 궁장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6
선자은 지음, 홍선주 그림 / 사파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에 '아침의 땅'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나라가 있었답니다.  아마도 우리 땅 한반도겠죠?
기름진 땅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던 이 나라에 어느 날 기이한 일이 벌어집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해가 붉은 해를 가려 온 세상이 깜깜해진거예요. 검은 해를 떨어뜨리기 위해 병사들은 활을 쏘아대지만 화살은 검은 해에 닿지도 못하고 우수수 떨어져 버립니다.  이에 왕은 이 나라의 최고의 궁장을 불러 검은 해를 떨어뜨릴 활을 만들라고 명령하지만 궁장은 너무 늙어 최고의 활을 만들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제자들인 두봉이와 장이에게 활을 만들라고 해요.
"땅, 하늘, 물 그리고 땅과 하늘 사이에서 재료를 찾아라.  그 재료들을 잘 어우러지게 하면 세상을 구할 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두봉이와 장이는 스승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활을 만들 재료를 찾아 떠납니다. 그리고 나무와 명주 실, 민어 부레, 물소의 뿔과 힘줄을 구합니다.  그런데 재료는 같지만 두봉이와 장이의 마음가짐은 많이 달라 보입니다.  장이는 활을 만드는데 필요한 만큼의 양만 취해요.  그것도 상대방이나 주인의 양해를 구하면서요.  반면 두봉이는 마구잡이로 재료를 모읍니다.  모은 재료로 활을 만들 때도 두 사람은 많이 다르군요.  두봉이는 검은 해를 얼른 맞추고 싶은 마음에 억지로 힘을 주어 활을 만들었지만 그 활은 이내 망가지고 맙니다.  하지만 장이는 서두르지 않고 겨우내 정성들여 활을 만듭니다.  그리고 드디어 활이 완성됩니다.  이를 본 두봉이는 활을 잘 쏘는 자기가 검은 해를 맞추겠다며 활을 잡지만 결국 검은 해를 없앤 이는 장이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같은 재료로 활을 만들었지만 왜 장이의 화살이 검은 해를 사라지게 했을까요?  그 이유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장이는 검은 해를 맞추겠다는 욕심보다는 스승의 말씀을 기억하며 마음을 담아 실천했던 것 같습니다.  재료를 구하고 활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조화가 잘 드러납니다.  느리고 더딘듯, 그리고 어찌 보면 비능률적으로 보이는 장이의 행동이 오히려 검은 해를 향해 활을 쏠 때는 각 재료들의 힘과 조화가 빛을 발해 결국 세상을 구하는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됩니다.  굳이 일일이 그 이유를 따져 보지 않아도 그 안에 담긴 깊은 교훈을 알 듯합니다.  어려워 보이는 이 주제를 아이도 금방 알아채는 것 같더군요.  저희 아이도 책을 읽어 가면서 두봉이 보다는 장이가 활을 더 잘 만들 것이고, 장이가 검은 해를 맟출 거라고 짐작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우스우면서도 신기해 보였습니다.  비록 이야깃 속 인물의 마음이지만 독자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작가의 전작 <꼬마 해녀와 물 할망>에서도 이미 눈치챘지만 선자은 작가는 작품 구성력도 뛰어나지만 인물의 마음을 어린이 독자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이야기 거리로만 끝날 수 있는 옛 이야기가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 작품이 되는 것 같아요.  홍선주 작가의 그림도 아주 좋습니다.  <초정리 편지>와 <불가사리를 기억해>에서 이미 검증되었지만 이 책에서는 글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더 돋보입니다.  화려한듯 하면서도 절제된 전체적인 그림 풍도 좋고 인물들의 눈동자에까지 감정이 드러나게 세심하게 표현한 점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아이들에게 활 만드는 과정과 자연을 존중하고 배려하였던 조상의 마음을 한꺼번에 전할 수 있는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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