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이야기를 살아가기 위해...

사춘기를 둘러싼 모험 - 심리치료 현장을 통해 본 하루키 소설의 세계
이와미야 게이코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5월

[사춘기를 둘러싼 모험] ․ 이와미야 게이코 지음 ․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5 ․  263쪽 ․ A5 국판 (210x148mm) ․ ISBN 89-7012-749-6 03830 ․ 8,500원

  이 책의 저자 이와미야 게이코는 돗토리대학 의학부 정신과에서 임상 과정을 수료한 후 임상 심리 상담실을 개업하여 심리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저자가 <양을 둘러싼 모험> <상실의 시대> <댄스 댄스 댄스> <태엽감는 새 연대기>등의 작품으로 '군조신인상' '노마문예신인상'과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의 대표작(양을 쫓는 모험,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외 5작품)을 바탕으로 자신의 심리치료 사례와 접목시켜 사춘기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고 해서 “ 소설을 모르면 안되는 건가” 라는 식의 겁을 낼 필요는 전혀 없다. 소설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이도 책 속 저자의 설명과 보충만으로도 이야기를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왜 하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여기에는 첫 번째로 저자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마니아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하루키의 소설을 인용하는 것만이 끝이 아니라 소설 속 심리적 상황을 분석하는 진행방식을 반복하다 보면 마치 하루키의 소설분석 자료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여튼 위의 의문에 대해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그 자체가 마치 심리치료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생생히 느낄 수 있으며,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 사춘기적 특징과 사춘기에서 벗어나 성숙하는 과정들이 담겨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내용은 얄팍한 이야기, 새로운 이야기 등 ‘이야기’를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을 시작으로 사춘기에 나타나는 이계, 사춘기의 체험과 죽음. 현실의 다층성, 진정한 이야기 등으로 진행되는데, 다소 추상적인 언어가 많이 사용되어 자칫 청소년들이 읽기에 무리 일 수도 있으나, 소설과 실제 사례를 통해 추상적 언어의 의미를 유추해 낼 수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듯 하다.

나 또한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는 사춘기를 겪어서일까 ? 책 속에 나타나는 머릿속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죽음이나 삶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아이의 모습에서 잊고있었던 사춘기 시절의 감정들이 하나 둘씩 떠올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또 한창 사춘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16살 동생에 대한 나의 소홀함과 무관심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다 읽고나고 보니 엄밀히 말해 ‘사춘기’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만 쓴 책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정신과 전문의인 김정일씨가 추천 글에서 “이 책은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자신만의 닫힌 세계에서 벗어나 보다 풍부하고 활기찬 삶을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자극제이자 안내서가 될 것”라고 밝힌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좀 더 큰 범주에서 책을 바라보면 ‘사춘기’라는 그 나이 때를 초월하여 세상의 한 점에서 살아가는 이가 겪고 있는 심리적 방황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된다. 이에 청소년, 어른, 치료사 이 세 사람이 아울러 읽기에 좋은 책이지만, 어쩌면 어른들의 심리치료용도서로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책을 읽고나면 하루키의 소설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나 또한 그러했다) 그렇다면 하루키의 소설 중 <해변의 카푸카>를 읽어보자. 이 도서는 어린시절에 소중한 것을 빼앗겼던 카프카가 지독한 모래 폭풍에 휩쓸리는 듯한 사춘기의 입문식을 겪어나가는 가운데 소중한 것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사춘기를 둘러싼 모험>에서 ‘사춘기’에 대해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잉에 브로흐만의 <아이들 그림의 비밀>은 저자가 100점을 상회하는 사례들을 통해 아이들 그림의 본질적인 발전단계들을 설명하고, 아이들 그림의 저변에 깔려 있는 비밀들을 해석하고 있어 이와미야 게이코가 말한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마음 속 언어를 표현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좋을 듯하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아프지만 아름다운 통과의례에 대해 지금 겪고 있는 이에게는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지나온 이에게는 잊혀졌던 감정을, 그리고 다층적인 현실 속에 진정한 이야기를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사춘기를 둘러싼 모험>일 것이다. ( 중학교 2학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