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시의 언어
신재기 지음 / 박이정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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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라 글쓰기가 참 쉬워졌다. 나만의 비밀쓰기에서 벗어나 작은 댓글 하나도 공론화 되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수필은 시와 소설에 비한다면 쉽게 글쓰기에 도전할 수 있는 장르이다. 저자는 디지털시대를 '수필의 시대'라고 본다. 디지털 문화는 수필이 발흥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며, 2000년 이후 양적으로 팽창한 수필의 모습이 바로 디지털 문화의 결산물이라는 것이다. 

수필은 문학의 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이나 시에 비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저자는 현재 수필이 확장되는 대세를 기회로 삼아 수필의 질적인 성장도 이루어나가야 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수필비평이 창작을 뒷받침해 줘야 된다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창작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비평의 역할이고 좋은 비평을 하기 위해서 기준을 새롭게 만드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비평의 기준으로 '언어'에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필작품은 문학과 비문학이라는 두 극점을 잇는 중간 선상의 여러 지점에 각각 위치한다는 말이다. 문학에 속하되 문학을 배반하고 이탈하려는 것이 수필인 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학과 먼 거리에 위치할 수도 있는 것이 수필의 본령이다." (p.19.)

수필의 문학성 부족을 운운하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일침이다. 수필의 본성을 잘 드러내면서 세간의 문학성 부족을 일축시키려면 언어의 특별한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언어사용에서 개념적인 언어보다 시적인 언어, 기표와 기의의 미끄러짐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 수필이 개인의 단편적 일상과 내면성이 외부와 관계를 맺고 보편성을 획득하려면 수필의 언어가 해석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수필과 시비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저자의 시선은 수필에 더 닿아 있다. 수필을 쓰려는 사람, 수필을 단순히 '붓 가는 대로' 자신의 일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거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좋은 수필을 쓰기위해서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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