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 - 170일간의 재판 기록으로 밝힌 10.26의 진실
안동일 지음 / 김영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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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는 10·26사건 당시 김재규를 담당했던 국선전담변호사 안동일이 직접 저술한 책이다. 이 책에는 170일간의 재판 기록이 순서대로 서술되어 있다. 이제서야 우리는 진실을 알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 누군가에 의해 덮어져야만 했던, 진실이 담겨 있다. 

  안동일이 바라본 김재규라는 사람은, 중앙정보부장이라는 그의 직위와 모순적이게도 꽤나 민주적이었던 것 같다. 그의 서술에 따르면 김재규는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10·26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대통령과 자유민주주의는 공존할 수 없는 관계이며 하나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가 희생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김재규가 중앙정보부장으로 임명받았을 때, 그는 기뻐했다고 한다. 핵심 요직을 얻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그가 꿈꿔왔던 유신체제 철폐와 민주주의의 회복을 실현하는 데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혁명 후 자결을 선택하지 않고 끝까지 남아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의지는,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단호하고도 분명한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10·26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했던 것은 재판 과정에서 이를 은폐하고 왜곡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무고한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방법은 우리 역사에서 여러 번 등장했다. 고려의 건국자 왕권의 세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후고구려의 궁예를 '터무니 없고 미신적인 인물'으로 서술했던 것도,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고려시대 무신정권과 그의 정치기구였던 삼별초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를 발표했던 것도 모두 정치권력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0·26사건에 대한 자료가 부족할 뿐 아니라 김재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만 가득했던 우리 사회에 이제는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나는 김재규라는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을 탄압했던 기관에서 일하면서, 마음 속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었던 인간 김재규. 직위와 신념 사이의 괴리에서 고뇌했던, 그리고 결국 그 괴리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거사를 단행했던 인간 김재규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평가를 내려야만 할 것이다. 

  권력의 시대에 불복종한 누군가를 역사 속에서 배제하고, 폄하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우리는 이미 수많은 실수를 범해왔다. 이제 더 이상 역사 서술에서 희생되는 사람은 없어야만 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그리고 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역사를 서술해야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러한 기록 하나하나를 사료로서 활용하여 정확한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역사에 있어 권력의 힘이 발휘되서는 안될 것이다. 



역사에 있어 권력의 힘이 발휘되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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