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 기억
아니 에르노 지음, 백수린 옮김 / 레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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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밖에 없다. 삶을,시간을 붙잡고 이해하며 즐기는 것. (p.203)’

죽음에 대해 준비를 할 나이에 들어선 작가 아니 에르노는 기억을 잃기 전 1958-1960년 자신의 육체를 빌렸던 여자아이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사실 이 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문학밖엔 없다. 무언가를 재현하는 문학과 찾아가는 문학. 이 두가지 중에 어느 것이 다른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이니다. 전념하려고 그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사람에게는 아니겠지만. (P.137)’

식료품점의 외동딸.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딸 이후 다시 갖게된 딸은 부부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영특했던 여자아이는 작은 마을의 사람들보다 지적인 성숙함에 자만하고 더 큰 세상을 나선다. 1958년 방학캠프의 경험은 그녀의
처녀딱지를 때게 하고, 놀림을 받게하고, 놀림보다 발견할 행복이 크기에 껌딱지처럼 그 무리에 붙어있는 여자아이 기억을 적는다.

억압되었던 자유는 방학캠프 교사 H를 통해 성욕구 분출과 남성의 욕망 대상으로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자아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그녀의 숱한 소설에서 성행위와 자위행위가 등장하게되는 계기가 1958년 방학캠프였음을 알게되었을 때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는 불감증이 아닌 성적흥분이 과한 사람인 것도 분명할 것이다.

책을 쓸 당시의 작가는 1958년은 행복발견의 시기, 1959-1960는 끔찍한 시절로 돌이킨다. 1959년은 사범학교를 그만두고 일반 대학 철학과에 재입학 하는 시기이며 짧은 영국생활을 겪고있다. 그리고 1958년 방학캠프 이후 겪던 무월경이 깨져 다시 처녀로 태어난 시기로 작가는 시억한다.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은 의무적으로 1권이라도 찾아읽던 나에게 아니 에르노는 충격을 준 작가이다.
평소 프랑스작가 책을 즐겨 읽지 않던 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 후 알게된 작가이다.
경험만을 쓴다. 매일 글을 써야하는 사명감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작가의 심지는 어린시절 부터 몸에 밴 일기쓰기와 서신교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글쓰기라는 안식처에 다다르기까지의 위태로운 횡단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결국 중요한 것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을 가지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라는 깨달음을 증명하는 이야기. 이런 것은 모두 우리를 안심시켜주는 믿음의 영역에 속한 일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 점 더 깊이 우리 안에 뿌리내리게 되어있으나 그 진실을 밝혀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믿음.(P.202)’

EBS 다큐프라임 ‘기억력의 비밀 (3부작. 2009년 7월20일~22일)을 보면 뛰어난 기억력으로 고통받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이들에겐 잊고싶은 기억, 슬픈기억이 생생하다. 기억하기 싫은 일상은 나이가 들면서 그 양이 계속늘어난다.

아니 에르노는 생생한 기억력이라는 저주를 받지 않았기에 헐거운 기억으로 기록이 아닌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아니 에르노는 이 책에서 ‘나’를 축조하기보다는 해체하고, 기억의 빈틈을 메우기보디는 남겨놓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P.216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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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행성 - 바이러스 발견부터 코로나19 유행까지 바이러스의 지구 지배기, 개정판
칼 짐머 지음, 이한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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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점, 해양의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로 인한 동물의 진화가능성, 이종간의 감염 위험등에 대해 짧고 굵게 설명해준다. 책은 상당히 얇지만 그 내용은 신비롭고 알게된 지식에 머리가 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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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 드럭스 -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장 지적인 약 이야기
토머스 헤이거 지음, 양병찬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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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을 제외한 362페이지의 내용은 이틀만에 끝낼 수 있을 만큼 이야기를 흥미있게 끌어낸 저자가 대단하다.
우연한 발견, 무작정 해보기, 버려진 합성물 다시 끄집어내기 등, 제약의 역사를 집어주며, 제약사 로비를 통한 불필요한 의약품 오용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린다. 1, 2차 대전이 가져온 제약의 급속한 발전은 부상병을 통한 데이터 축적이 바탕이었다.
화학적 실험에서 생물학적 실험으로 변해간 제약개발의 흐름. 아직도 풀리지 않은 약물중독막기에 대한 해법은 과연 풀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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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4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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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를 펼치고 1달이 넘는 시간동안, 여러 가방을 오가며 나의 출장을 함께하기도 한 책.

곤충관찰을 좋아하고 현재 하는일에서도 곤충을 쉽게 목격하는 나에게 다윈의 진화론은 매력적인 사상이었다. 신다윈주의자라고 자신을 밝힌 리처드 도킨스의 이 책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전달자’인 유전자의 조합의 결과물을 벗어난 실체에 대한 존재를 확인하는 지식을 얻게되어 기뻣다.

인간의 경우 다른 생물체에서는 다루기 애매한 문화전달의 단위로 Meme이라는 신조어를 설명한다. 인스타그램에서 퍼지는 영상물을 지칭하는 단어의 시초인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하나의 장벽 사이 빛이 발견된 기분이라면, 읽고 싶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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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지그문트 바우만 셀렉션 시리즈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안규남 옮김 / 동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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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한 제목의 책이다.
불평등을 감수하는 이유에 대한 나의 답변은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출생국가, 사용언어, 재무상황, 가족사항, 범죄이력, 건강상태, 관심사 등. 능력치가 다르며 주어진 불평등한 시간 속에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사용하는가에 따라 개인의 영역표시가 달라질 것이다. 시간의 불평등은 24시간 중 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대가 다르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특정세력에 의해 길들여진 다수의 어린양에게 ‘깨어나라!’고 외친다.
스톡옵션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한다.

오늘 대한민국 경제기사에 나온 “빚더미 한국가스공사 임원연봉은 30% 올랐다.” 와 매번 구설수에 오르는 윤송이 NC Soft 최고전략책임자의 실적에 대한 이야기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의견의 사례로 볼 수 있다.

평등과 불평등은 상대적이고, 그 기준은 문화와 시대에 따라 다르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저자는 거시경제관점에서 몇가지 주제를 던져놓고 적당히 이해할 수 있을 예시를 들면서 독자가 책을 집어던지는 것을 방지한다.

세계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불평등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 자문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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