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백수린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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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내리는 여름비, 그 비는 구약성서 대홍수처럼 많은 것을 사라져버리게 했다.

멕시코 영화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여러작품들 처럼 마르그리크 뒤라스의 소설 여름비는 슬픈 환상의 동화이다. 프랑스 비트리에 거주하는 이민자 가족의 둘째이지만 큰 형의 이른 죽음으로 맏이 역할을 하는 에르네스토.
자녀들을 대책없이 출산한 경제력이 떨어지는 부모 밑에서 여러형제자매들은 교육의 울타리 밖에서 방목되어진다.

마을의 기묘한 나무를 생각하게 한, 불에 타 구멍난 책을 어린 동생들을 통해 건네받는 에르네스토는 그 책의 내용을 마음으로 전해받고, 이를 통해 글을 깨우친다.

그 책은 유대인의 왕에 관한 책이였음이 밝혀지고. 에르네스토는 그 책의 구절을 통해 삶과 죽음, 인생의 소중함과 허무함을 짧은 순간에 깨우친다.

그는 보리수 아래에서 깨우침을 얻은 석가모니와는 다르게 주변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정보을 통해 자아를 찾는다.

뒤늦게 들어간 학교 수업을 수 일 만에 관두고, 보고 있지만 보고있지 않고 말하고 있지만 소통의 불확실성을 의심하는 가족, 특히 엄마와의 중간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단절된 단편적 대화를 통해 자신의 깨우침이 올바른 것인지 확인을 한다.

자기 바로 아래 여동생 진과는 야릇한 교감을 하며, 함께 얽혀있는 특별한 관계임을 서로 확인한다.
입증할 수 없는 신화 속, 혹은 종교서의 이야기 처럼 그 둘은 피를 나눈 남매이자 살을 섞는 연인인 것이다.

먼 옛날 알 수 없는 시대를 배경으로 삼진 않았고 실제 도시와 실제 거리와 건물을 배경으로, 신화 속 인물들을 채워넣어 몽환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뒤라스의 이 소설에서 나는 기존에 읽은 여러 작가의 작품들이 환기되었다.

묘옌 ‘개구리’, 천명관 ‘고래’,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이청준 ‘서편제’, 로맹 가리 ‘하늘의 뿌리’ 가 생각나는데 이 소설들은 슬픔을 머금은 인물들의 몽환적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이다.

여름비의 제목과는 다르게 여름비에 얽힌 이야기가 주가 아니며, 여름비는 이 소설을 마무리 하기 위한 장치로 가벼히 쓰였다고 보인다. (가을비, 겨울눈, 소나기, 지진 등으로 바꿔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희곡의 대본을 기워넣은 듯한 문단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마르그리트뒤라스 #여름비 #프랑스작가 #미디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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