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의 섬 (4종 중 1종 표지 랜덤) - 개정판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이정호 표지그림 / 알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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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문장들>

 

저 완전한 색맹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보는 세계는 어떤 것일까? 그 사람들은 뭔가가 부족하다는 것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들도 우리가 보는 세계 못지않게 강렬하고 활기 넘치는 세계를 갖고 있을까? 어쩌면 그들은 명암과 질감과 움직임과 깊이를 뚜렷이 인지하는 능력이 더욱 발달하여 어떤 면에서는 우리 것보다 더 강렬한 세계, 실체가 강조된 세계-우리로서는 위대한 흑백사진 작품 안에 담긴 울림을 통해서 어렴풋이 알아챌 수밖에 없는 세계-에 사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들은 눈에 보이는 세계의 사소한 것, 하나 마나 한 것에나 한눈을 파는 우리를 도리어 이상하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크누트는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눈에 보이는 세계를 즐긴다. 생기 넘치는 호놀룰루 길거리 장터, 우리를 에워싼 야자수와 열대식물군, 구름의 모양을 보며 즐거워했으며, 미인에 대해서도 뚜렷하고 정확한 눈을 갖고 있다.

나는 내가 보는 세계가 칙칙하다거나 어떤 면으로든 불완전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크누트는 빛깔이란 것을 본 적이 없지만 조금도 불편하게 느껴본 적이 없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눈에 보이는 세계의 긍정적인 면만을 경험했고, 자신이 가진 것을 바탕으로 아름다움과 질서와 의미를 지닌 세계를 만들어왔다.

 

비가 계속 쏟아지는 와중에 해가 다시 나왔고, 하늘과 바다 사이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나타났다. 크누트는 이것이 빛나는 활처럼 보인다면서 그동안 보았던 다른 무지개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쌍무지개, 뒤집힌 무지개, 그리고 딱 한 번 보았다는 완전한 동그라미 무지개에 대해서도. 크누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두 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의 시력, 그의 눈에 보이는 세계가 어떤 면에서는 빈약한 구석도 있지만 또 어떤 면으로는 우리 못지않게 풍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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