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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안 사회 - 제국과 식민지의 번안이 만든 근대의 제도, 일상, 문화
백욱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8월
평점 :
번안의 제국을 거쳐 식민지 조선에 들어온 번안물과 1960년대 산업화 시대의 번안물에서 조선의 얼굴을 만나다!
번안 사회라는 제목은 내게 낯설었다. '번안'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엇다. 네이버 단어사전에서 뜻을 찾아보았다.
번안[명사]
원작의 내용이나 줄거리는 그대로 두고 풍속, 인명, 지명 따위를 시대나 풍토에 맞게 바꾸어 고침
이 책은 일제강점기가 근대의 제도, 일상,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는 역사책이다.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우리에게는 여전히 그 시절의 상처가 남아있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책이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돈가스가 일본식 서양 요리를 번안한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심지어 일본과는 전혀 관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성경과 찬송가, 기독교와 교회도 제국의 번안과 연관시킬 수 있는 단어였다.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역사에 무지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몇 번이고 소름이 돋았다. 잘 몰랐던 역사를 알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
책을 펼치면 '번안의 시대를 힘겹게 살아내신 어머니를 생각하며...'라는 구절이 써져 있다. 참 슬픈 구절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왜 '번안 사회'에 대해서 알아야 할까?
번안이라는 행위 속에는 다분히 일제 강점기의 식민성이 담겨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 식민성을 모른채 번안물을 무분별하게 수용해왔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번안물은 우리 사회에서 일제강점기의 잔재로 남아있다. 식민 지배의 흔적을 전통으로 잘못 생각해서 복구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저질러왔던 실수에 대해 더 잘 알고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상 깊었던 문장>
해방 후 일제는 온갖 일본식 양풍의 산물을 이 땅에 남기고 돌아갔다. 곧이어 미군이 진주한 남한에서는 일제의 양풍과 새롭게 들어오는 미국풍이 공존했다. 이 땅에는 사회제도에서부터 의식주,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식민지 번안풍과 새로운 미국풍, 전통의 잔존물이 공존했다.
왜곡된 근대, 진행 중인 근대 그리고 전근대가 뒤섞이면서 혼종 간 싸움이 벌어졌다.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혼종과 위로부터 강제된 혼종, 바깥에서 강요된 혼종과 안에서 주체적으로 만든 혼종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혼종이 이루어졌다. ―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