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이정은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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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지만 강하게

 

코로나 시국으로 여행이 멈춰버린 요즘, 책으로 떠나는 여행이 유행이라기에 나도 여행책 판매대를 기웃거려 봤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 20대를 도쿄에서 보내고 30살이 되던 해에 파리로 건너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는 줄거리에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플로리스트 이정은은 한국의 직장을 그만두고 26살에 일본 도쿄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 패기 하나로 떠난 타지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아르바이트와 직장 생활로 이리저리 치인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주말마다 플라워샵에서 꽃을 배우다가 힐링 여행으로 떠난 파리에서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낀다. 결국, 그동안 열심히 기반을 다져놓은 일본 생활을 전부 접고 프랑스 피베르디에르 학교에서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여 지금도 파리지앵으로, 플로리스트로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라는 인생의 진리를 그녀의 책을 보며 새삼 다시 느꼈다. ‘파리’, ‘플로리스트’. 낭만적으로만 보였던 수식어에 느낀 부러움도 잠시 책의 챕터 하나, 하나에 기록되어 있는 그녀의 수많은 시련에 마음이 저절로 숙연해졌다. 특히 예쁜 꽃만 보는 여성스러운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플로리스트가 거친 육체노동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온실 속 화초처럼 우아하게 예쁜 것만 보고 담으면 좋으련만 이면에는 불편한 부분들 역시 존재한다. (중략) 무거운 작업물과 화병 등을 번쩍 들어 처리하는 일은 물론이고, 겨울이면 꽃을 위해 난방 한 번 맘 편히 켜지 못한 채 눈사람처럼 옷을 껴입고 핫팩에 손을 녹여가며 일하는 모습까지. 모든 직업군이 그렇겠지만 좋아 보이는 이면에 체력적으로 버텨야 할 부분들이 가장 기본이 되었다.” P104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선 그 안의 고단함까지 견디고 좋아할 수 있는 순수한 열정이 없는 한, 그 일이 직업으로 이어지고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우리는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며 용기를 낸 후에도 넘어야 하는 끝없는 과제들에 좌절하곤 한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도 국경도 재능도 아닌 오로지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라는 메시지를 그녀는 자신의 인생으로 증명해 보인다. 대단히 뛰어난 재능이 있거나 크게 성공한 사람이 아닌 특유의 성실함으로, 남들보다 부족한 면을 더 치열한 노력으로 다져가는 그녀가 때로는 언니같이 때로는 친구같이 느껴져서 공감 가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꽃은 여리지만 강하다. 좋아하면 닮는다는 말처럼 그녀의 인생은 꽃을 닮았다. 여린듯하지만 부러지지 않고 쉽게 져버리지 않기를 계속 응원하게 되는 사람이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누구보다 활짝 핀 꽃들을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지만 주저하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울러 작가가 이방인으로서 느낀 일본과 프랑스의 특징이나 현지 생활, 현지인으로서 느낀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민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도 책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이 책으로 떠나는 방구석 책 여행은 재미와 감동은 물론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인생의 교훈까지 얻어 갈 수 있는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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