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참 예쁘다 - 아들을 오빠라 부르는
김수복 지음 / 어바웃어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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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의 떠남은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이 없고

그래서 청년의 떠남보다 더 슬프다.
   
     

사람이 죽음을 알면 삶이 오천배는 더 즐거워진다는 말씀이지요.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태까지와는 다른 생을 준비하는 과정쯤으로 이해되었으니까요.

 

제가 어머니와 함께 있을때 그렇듯이, 어머니도 당신의 어머니를 만날 때 가장 행복한가 봅니다.

비록 꿈속이지만요. - 머리말에서-

 

읽고 싶은 책이면서도

나를 너무 많이 울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런 종류의 책은 쉽사리 손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더이상 미룰수는 없는 일..

신랑몰래, 딸래미 몰래...눈물을 훔치며 읽어내려갔다.

 

난 한번도 치매에 걸린 가족도, 노인도, 주변 어떤 누구도 본적이 없다.

예전에 읽었던 쑥부쟁이라던지.

드라마에서 종종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가까운 얘기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p.17 아들이 그간 얼마나 보이지 않게 당신을 실망시켰으면 저렇게도 남몰래 해코지나 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감추지 못하는 것인가

이것을 다만 치매라는 이름으로 넘겨버리고 말 것인가.

....이 또한 어머니가 아들에게 주는 어쩌면 '마지막 선물'일 것이라...생각을 하면 할수록

가슴 가득 울렁이며 차오르는 이것을, 나는 감히 '사랑'이라고 불러본다.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는 늙은 아들은

늙은 엄마의 치매소식에 모든일을 접고 시골로 모시고 온다.

그들의 가슴 따뜻하고 애잔한 일상생활들이 그림을 그리듯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너무 자세한 풍경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보냈던

학창시절 방학들이 떠올랐다.

울 엄마, 아빠도....하늘에 계시는 그분들이...너무너무 보고싶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p.33 항상 그렇게 돈을 생각하며 잔디를 뽑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들이 옆에서 아들 어디 갔냐고 물으면

불현듯 아들이 생각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지가 순간 발동하는 모양이다.

자나 깨나 자식 걱정이라더니,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만은 다른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해도

변치 않고 남아있는, 별빛 같은 것인가보다.

 

p.49 내가 어린 시절 무엇을 하겠다고 부득부득 조르며 덤볐을 때 어머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그랬을거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겠다.

삶의 비밀이, 인생의 수수께끼가,

그토록 알고 싶어도 누구 한 사람 제대로 가르쳐 주는 이 없는 그 엄청난 어떤 것들이 이제야 비로소

한 겹 두 겹 벗겨지면서 내게로 착착 안겨든다.

p.112 아름다움이란 다름 아닌 '앎+다움'이라는 케케묵은 생각을.

그랬다.

어머니에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자기가 지금 서있는 자리가 어디인가를 알고 있는 것이다.

 

p.131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던가.

어머니는 치매라는 무시무시한 것에 잡혀 있으면서도 정신만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나름 사력을 다해 투쟁하고 있었던 것을,

아들은 편리함만을 생각하고 왜 요강을 쓰지 않느냐, 왜 이불을 덮지 않느냐,

투정만 부렸던 것이다.

오줌보다도 못한 눈물이 흘러 내 거친 볼을 따갑게 했다.

 내가, 죽어서도 안 잊어먹을라요. 이 고마움을...
  
 

p.137 어머니는 모든 기억을 잔인할 정도로 잃었지만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의식만은 더욱 또렷하게 지니고 있었다.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야말로

어머니에게 마지막 남은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같은 것이었으리라.

 

나도 한 때, 치매에 걸린 가족을 어떻게 보살필까 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다.

변한 가족의 모습에 겁을 먹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그래도 곁에서 돌보아야한다는 것!!!

돈이 많다해도 그래서 요양원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노후를 보낼수 있다해도

나는 그 선택은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하루하루 그들의 변화에 기뻐하고 눈물흘리는 일은

가까이에 있음으로 인해 누릴수있는 특권이리라.

내 딸을 반나절 어른들께 맡기면서

어른들께 오늘 내 딸이 이런저런 행동을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그 소중한 시간들을 내가 누리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지 가끔 후회가 밀려들때는 더더욱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무엇보다도..난...내 가족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가장 행복한 일일테니까...

 

p.143 요양원에서 아무리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핀다해도

이 부분만은 어떻게 해볼수없을 터이다.

과거를 공유할 수 있는 가족이 아니고서야 무엇을 어찌 알아서 그때그때 적절한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으랴.


p.153 병원에서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어쩌면 자발적으로 기억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는 어머니의 상태를

중증치매라고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치매라는 것은 어느날 우연히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가족들이, 자식들이 오래전 부터 보여 온 불화와 막말을 더이상은 감당하기 어렵다 싶어질때

당신 스스로 선택해서 숨어 버리는 거대한 장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상에 누가 나한티 빤스를 다 입혀줄 것이요,

고맙습니다. 참말로 고맙습니다.
  
     

p.229 만일 인간에게 정말로 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어머니의 혼과 내 혼이 구천이라는 곳에서 다시 만났을때

무엇으로 서로를 알아볼 것인가.

아무 공유할 만한 추억도 없이 헤어진다면

무엇으로 전생을 환기하며

"오 네가 너로구나." 할 수 있겠는가하는,

생각들이 나를 긴장시키고 있었다.

 

이 책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늙고 병든 어머니의 모든 행동을 치매로 치부해버리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그 의도를 읽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였던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과연 그럴수 있을까?

일상생활을 그처럼 소박한 이유를 만들며 아픈 사람을 간호하며 보낼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돈이 없어서 간호하기 힘들어진다면 그때는 저자의 방법을 써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시골로 내려가 소박한 일상들을 누리며

도시생활에서는 누릴수 없는 많은 것들로

추억을 만들어보는것...

어쩌면...그것이 더 아름답고 가치있는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

 

엄마아빠와 어머님 아버님과...

종종 여행할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길만이...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던 점들을 실천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일인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치매, 마음안에 외딴 방 하나...

그 책을 다시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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