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24일
조성기 지음 / 한길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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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소설이지만 역사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워낙 많은 양의 정보가 담겨 있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3공화국 시기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의 인물이 등장하거나, 가상의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탐구하고자 하는 바는 오직 단 한 명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재규이다.

 

제목인 1980524일은 김재규의 사형 집행일이다. 그동안의 책과 영화가 19791026일에 집중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작가는 한국 현대사 최대 미스터리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며 잃어버린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이야기 역시 김재규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호송차를 타고 서울 구치소로 향하는 동안 김재규는 자신의 삶을 회고한다. 여덟 살 무렵부터 오십육 세까지, 고향인 구미시 선산읍에서 사형 집행장인 서대문구 현저동까지. 당시 역사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그의 일대기를 좇아가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유롭게 흐르는 그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마지막 장에 도착해 있다.

모든 인생은 사실 태어날 때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라는 말을 어디서 읽었던가. 내가 발자국 소리에 온 신경을 쓰듯 모든 인생 역시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들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 달래기를,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라 한다. 죽음의 유일한 특성은 두 번 반복되지 않는 것이며 죽음의 순간이 죽음이므로, 다시 말해 죽음이 죽음을 죽이므로 죽음은 경험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 P29

대의를 위하여 가까운 것들을 버려라. - P57

비정상적인 시대에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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