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

유진과 유진 ㅣ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유진과 유진을 처음 접해보는 책이 아니다. 서평 쓰기를 통해 읽은 것까지만 해도 총 세 번을 읽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땐, 중1이라 책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책 내용의 일부분인 '가출'에 많이 집중해서 읽었다. 왜냐하면 이때 나에겐 '가출'이란 것은 좋지 않은 말이라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궁금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접했을 땐, 내가 중3이었다. 중3에는 친구가 좋고 그래서 책 속의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의 관계에 대해 집중하며 읽었다. 중학생이어서 그랬는지 친구가 중요하고 좋고 해서 너무 친구 쪽으로만 읽어서 책 내용의 전체 내용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는 지금 고등학생이 돼서 읽은 것인데, 두 번 읽었던 때보다 세 번 읽어보니 이 책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자고 일어나면 잊혀질 꿈이었으면

같은 이름을 가진 유진과 유진은 같은 유치원을 다니면서 큰 유진과 작은 유진으로 불리게 된다. 유치원을 다니면서 두 유진과 친구들은 유치원 원장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유치원 원장은 아이들에게 이것을 '놀이'라 칭하며 부모에게는 우리만의 비밀이라 말했다. 아이들은 이 '놀이'를 말하진 않았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인형이 찢고, 형태를 알아볼 수 없어지자 이 '놀이'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 사건이 친구들은 물론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의 마음에 상처를 새겨놨다. 이로 인해 같은 나이고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이 사건을 기준으로 작은 유진의 삶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이 사건은 경찰서로 넘어가면서 작은 유진의 부모의 증명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는데 이들은 수사 도중에 갑자기 이사를 가버리는 바람에 유치원 원장을 감옥에 넣는데 결정적 증거를 놓쳐 큰 유진의 부모가 고생을 했다. 성폭행은 자발적 동의없이 이루어진 성적인 신체접촉이다. 쉽게 말해 상대방이 원치 않은 접촉을 해온다면 그것은 명백한 성폭행이라는 것이다. 성폭행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우리와 아주 가까이서 벌어진다. 예를 들어 연인 사이에서의 성폭행이나 부모 사이에서의 성폭행 혹은 모르는 이가 성폭행 하는 등이 있다. 성폭행은 남녀 모두가 당할 수 있고, 가해자와 친하든 친하지 않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대표적으로 '조두순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학교에 등교하던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 나영이를 납치해 교회 화장실로 끌고가 어린 여자아이를 잔혹하게 성폭행을 했다. 성과 관련된 폭력이나 학대로 인한 상처는 그 어떤 상처보다 후유증이 심각한다. 그래서 이 가혹한 상처는 성인이 된 후에도 ㅓㄸㄹ쳐 버리기 힘든 흔적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책 속에서의 작은 유진은 성폭행을 당하고 성격이 주눅들고 비관적이게 자랐고, 실제로 나영이도 성폭행으로 평생 장에 관을 꽂으며 살아야하고, 조두순이 출소한 후 두려움에 살아야한다. 나는 이처럼 피해자가 두려움에 떨고, 가해자가 세상에 나와 떳떳하게 살 수 있도록 방치하는 세상이 싫다. 적어도 피해자가 떳떳하고, 가해자가 반성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법을 엄격하게 규제해야한다 생각한다. 책 속에서는 여러 아이들을 성폭행한 유치원 원장 하나를 감옥에 집어넣는 것도 힘들다고 나와있는데 이게 실제 우리나라의 상태와 비슷해서 더 가혹하다 느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

이 사건 이후로 이사를 간 작은 유진은 자신의 상처를 강제로 덮을려 하는 부모 밑에서 성장해 마음의 상처는 덧나기 시작했다. 작은 유진은 자신의 부모가 자신에겐 강압적이고 남동생만 사랑한다 느껴 항상 머릿속으로 새엄마, 새아빠라고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은 큰 유진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큰 유진도 동생이 있었는데 큰 유진도 작은 유진처럼 자신의 부모가 동생만 사랑한다 느껴 머릿속에 그들을 새엄마, 새아빠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큰 유진에게 있어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인 건우에게 핸드폰을 사주지 않는 엄마 떄문에 자신이 핸드폰이 없다는 것을 들키기 싫어 폰을 사달라 했지만 들어주지 않는 엄마에게 화가 나있었다. 이름이 같은 두 유진에겐 하나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기억' 이었다. 작은 유진의 부모는 딸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은 당일 밤에 우는 유진의 몸을 박박 씻기며 그만 울라고 때렸다. 반면에 큰 유진의 부모는 자신의 딸 얘기를 들은 날에 따듯하게 안아주며 '네 잘못이 아니야'라 말하며 다독여주었다. 서로 다른 상처의 치유법인지 작은 유진은 유치원 때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두 유진은 중학생이 되면서 같은 중학교에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상처의 치유 방법에 따라 두 유진은 아주 다른 삶을 살았다. 작은 유진을 기억하는 큰 유진이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처음엔 큰 유진이 자신이 기억나냐며 기뻐했지만 작은 유진이 알아보지 못하자 그녀는 자신의 부모와 작은 유진의 부모는 친하며 어렸을 떄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냐고 물었다 .그러나 작은 유진은 큰 유진과의 어렸을 때 일을 기억하지 못했고, 자신이 부모에게 큰 유진의 부모를 아냐고 물어봤을 때도 모른다고 대답해 그저 큰 유진을 무시하기만 했다. 몇 달 후, 두 유진의 반은 1박 2일 수학 여행을 떠나게 됐다. 작은 유진과 큰 유진은 서로 다른 방에 배정을 받았다. 그날 밤 작은 유진의 반 아이들이 유진에게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고, 담배를 피우게 했다. 작은 유진은 자신이 부모에게 사랑 받지 못해 공부를 잘하면 관심을 줄까봐 학원에 빠짐없이 나가는 전교1등 아이였다. 그래서 유진은 절대 자신이 술과 담배를 했다고 엄마에게 들키지 않겠다 생각했다. 다음 날, 공항에 자신을 기다려주는 엄마에게 가던 작은 유진은 큰 유진의 엄마가 나타나 자신의 엄마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봤다. 작은 유진은 자신의 부모가 큰 유진 부모를 모른다고 했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어렸을 때 일을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는 자신의 부모를 의심했다. 작은 유진은 어렸을 때 일을 듣고 싶어 큰 유진을 불러 듣게 되고, 그날 처음으로 학원을 빠지게 된다. 그러곤 샤워를 하며 거울을 보는데 김 때문에 뿌옇게 흐려진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어릴 적 일을 기억하게 된다. 그녀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와 화장실 받침대에 놓인 아빠의 담배를 하나 꺼내들어 폈다. 특히 어렸을 적, 입은 마음의 상처는 사춘기나 성인이 되어 여러 증상으로 표출이 된다. 여태까지 작은 유진의 부모는 그녀의 상처를 덮어오기만 했고 이 사건 자체를 수치스러워하는 어른들에 의해 강제로 봉합당한 꼴이었다. 반면 큰 유진의 부모는 마음의 상처를 긍정적인 방법과 따뜻한 마음으로 치유해줬다. 마음에 상처가 크면 어른들도 무너지기 쉽다. 그런데 이 책처럼 어린 아이가 큰 상처를 갖고 있다면 이것은 아이 스스로가 아닌 부모가 옆에서 같이 치유해줘야 한다. 왜냐하면 큰 유진과 작은 유진처럼 같은 사건을 겪었지만 서로 다른 상처의 치유 방법으로 다른 사고방식으로 크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나타샤' 라는 10살 여자 아이가 한 남성에게 납치되어 성인이 될 때까지 갇혀 살다 8년이라는 3096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현재 나타샤는 혼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처럼 이런 일을 겪은 아이들을 도와주고, 감금되었던 시간을 책으로 쓰고, 영화로도 제작되며 세상에 알렸다. 이를 통해 어려운 일을 겪은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치유하냐에 따라 그 사람이 나중에 어떤 삶을 사느냐가 달라진다 생각한다. 이처럼 상처 받은 사람에게 배려와 따뜻한 말로 혼자가 되지 않게 관심을 줘 세상 밖으로 나와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나는 어렸을 적 아이에게 있어 부모의 역할이 크고 소중하단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의 생각이 엇나가지 않도록 계속해서 사랑과 관심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도망치듯 나가다

작은 유진은 지금까지 이 상황을 숨겨온 자신의 부모를 원망하고 결국 큰 유진과 가출을 하게 된다. 큰 유진은 우리 모두가 어릴 적 한 번씩 자신의 부모가 새엄마, 새아빠 일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단지 동생보다 사랑을 덜 준다 생각해서이고, 작은 유진은 원래부터 그들의 부모를 새엄마와 새아빠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하는 행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 생각에 확신이 들게 되어 가출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작은 유진과 큰 유진과 큰 유진의 친구 소라 셋이서 가출을 감행했다. 이들은 이틀 동안 돌아다니며 바닷가로 가는 기차를 타고 떠났다. 바닷가에 도착한 셋은 컵라면을 먹으려 가방을 놓고 간 사이에 누군가 그들의 지갑과 가방을 훔쳐갔다. 결국 그들은 부모를 부르게 됐고, 큰 유진의 부모는 달려와 큰 유진을 껴안으며 "너가 건강하면 됐어" 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작은 유진은 그저 자신과 똑 닮은 엄마를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가출이란 쉽게 말하면 집을 나간다는 것인데 최근에 가출 청소년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음에도 폭력적인 현실에 놓여져 있다. 미성년자인 청소년들은 가출을 하면 핸드폰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인(가출 청소년) 사람들과 만난다. 일명 '가출펨' 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극단적으로는 몸을 팔기도 한다. 꼭 극단적이진 않지만 앞서 말했듯 성폭행처럼 가출도 주위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실제로 작년에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친구가 엄마와 싸워서 친오빠와 같이 살던 다른 친구 집에서 생활하다 학교를 왔다 그 친구 사정이 안될 때는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학교로 오는 아이도 있었다. 나는 내가 자식이 있다면 끊임없이 사랑과 관심을 줘 누구한명만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들지 않게 해줄려 노력할 것이다.

모든 사건의 진실과 사랑

작은 유진과 큰 유진은 가출은 했지만 갈 곳이 없어 바닷가 근처로 가 얘기를 하며 걸었다. 몇 시간이 흐르고, 그들의 부모는 두 유진을 찾으러 오게 되고, 작은 유진은 그녀의 엄마와 호텔에서 하룻밤 묵게 됐다. 이때 작은 유진의 엄마가 먼저 말을 걸며 그때 그 일 때문에 새삼스레 괴로워하고, 방황할 필요 없다고 말을 했다. 그에 작은 유진은 그 일 때문이 아니라 자신은 그의 친부모를 새엄마, 새아빠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엄마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한 작은 유진의 말을 듣고 그녀의 엄마는 말했다. "처음에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그놈을 죽이고 싶었어. 네 아빠도 그놈을 죽이러 가겠다고 펄펄 뛰었어..용서해 줘, 유진아. 엄마가 널 끝까지 지켜 주었어야 했는데. 그래. 널 위해서 그 일에서 빠지고, 그 일을 잊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던 건 거짓말이야. 날 위해서였어. 내 딸한테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내가 널 윽박질러서, 네 기억을 빼앗았어." 작은 유진은 진작 내게 알려주었다면 여기까진 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에 엄마는 작은 유진의 상처를 같이 치유해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듯 말했다. 그러면서 작은 유진과 엄마의 대화를 마무리로 책의 마지막 문장인 '상처를 모아 지은 날개임을 알고 있는 나는 온 마음으로 그가 날아오르기를 기도했다'를 끝으로 마무리한다. 두 모녀는 대화를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데 나는 대화 속 문장인 '그때, 도망치듯 떠나오는 게 아니었는데...끝까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일을 해결했어야 했어. 니 아빠는 너한테 그런 일이 일어난 게 가난 탓이었다고 생각했어. 좋은 유치원에 보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거라고 믿었지. 앞으로도 너를 보호해 주려면 다시 아버지의 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여겼어. 나는 그런 니 아빠를 막을 수가 없었어/순간 나는 거대한 벽 같기만 하던 엄마 아빠가 실은 평범하고 나약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에 맥이 빠졌다'라는 부분이 제일 감명 깊고, 마음에 너무 새겨졌다. 지금까지만 해도 작은 유진의 부모에게 작은 유진을 사랑하는 감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대화를 읽는 순간 사랑의 크기는 똑같지만 방법이 잘못 됐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우리 중 완벽한 부모는 없다 생각한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고 미숙하여 그런거지 처음부터 잘해나가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본다. 우리 모두 사랑 받고 자라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준다. 특히 우리가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자랄 떄 부모가 우리를 사랑하는 모양은 다를지 몰라도 크기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 책에서 작은 유진의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라'와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자기 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다'는 것을 마음깊이 새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이금이 작가님이 쓰시는 책은 청소년을 주제로 쓰인 책들이 많다. 그렇지만 이금이 작가님의 소설은 독특하고 나는 유진과 유진을 다 읽고 나서 두명의 유진이 같은 하나라고 느껴졌다. 유진과 유진 말고도 벼랑, 주머니 속의 고래,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등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금이 작가님의 소설은 처음엔 가볍게 읽지만 나중에 한번 두 번 읽어 보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원래 책은 나이가 지날수록 느끼는 점도 다르다고 하는데 지금 유진과 유진을 세 번 읽었을 때 다 다른 느낌이어서 다음번에 또 접하게 될 기획가 있을 때 읽어보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