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폴리틱스 - 21세기 뉴 클래식, 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
프란스 드 발 지음, 황상익.장대익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볼 때는 그저 한 마리의 침팬지로만 보였다. 시커멓고 털이 북실북실한.. 그러나 이 책을 덮을 때 나는 저 얼굴이 고뇌하는 이에론 혹은 살아남기 위한 이에론의 근심이 담겨 있는 얼굴로 보였다.

동물원에 가서 봐도 어떤 놈인지 잘 구별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일단 동물에게도 각각의 개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배제한 것이거나 아니면 인간과는 다르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침팬지를 보면 그저 웃음부터 나온다. 인간과 닮아 있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이나 행동이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늘 이후로는 그들이 달리 보일 것 같다. 그들 각각의 생김새를 주의 깊게 볼 것 같고 행동을 지켜볼 것 같기 때문이다. ^^;

책이야기를 좀 하자면...

각각의 침팬지들에게 인간에게만 있다고 생각했던 개성이 있고, 그들 사이에서도 단순히 먹이 때문에 벌어지는 분쟁 외에도 권력에 대한 욕심과 서열, 그리고 연합 같은 것이 존재한다. 인간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성생활 부분인데,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 또한 다를 것도 없을 것 같긴 하다. 수놈 침팬지들이 오기 전 집단의 우두머리 역할을 했던 여장부 마마, 집단의 처음 지도자이자 가장 오랫동안 그 자리를 유지했던 이에론, 그리고 정의로운(개인적인 표현이다. ㅎㅎ) 루이트, 젊고 혈기왕성한 니키까지...
처음에는 그저 각각의 이름에 걸맞은 특징이 있다는 것에 놀랐는데 갈수록 내 자신이 그들의 얼굴을 구별한다는 것에 또 놀랐다. 그리고 권력투쟁이 시작되면서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연합과 갈등,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 때문인지 정치판을 그대로 복사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신문 기사를 빌리자면 탄핵하는 침팬지들의 모습에서 자꾸만 현실정치의 인물들이 오버랩되어 혼자서 키득키득 웃곤했다.

쓰다보니 필요 이상 길어진 것 같다.
하여튼 최근에 읽은 그 어떤 정치학 책보다 더 정치적인 책이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소설책처럼 책장이 잘 넘어가는 재밌는 책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좀더 소프트한 느낌의 책이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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