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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이 -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모드 쥘리앵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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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나 문법적 오류가 독서에 다소 방해가 되는 수준으로 적잖이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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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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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로 같은 곳을 바라보느라, 미처 서로의 눈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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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오디오 CD 포함) - 별이 된 아이들을 부르는 세월호 엄마 아빠의 노래
416합창단 지음, 김훈 외 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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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해주셔서, 책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아야 할, 그리고 그 기억을 언제나 되새기며 계속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를 위한 고마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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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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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바라보며,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시작했던 행위라고 생각했던 글쓰기가, 실은 나 자신을 향해 나 있던 길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거였다." -203p.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었고, 책장을 덮는 순간 눈물이 났다. 이게 바로 웃픈 건가.

사실 작가님께 어떻게 다 갚아야 하나 하는 고민이 깊어질 정도로 이 책을 통해 입은 은혜가 크다. 정말 크게 놓치고 있던 걸 되찾게 해줬다. 내가 깜빡하고 있던, 바로 나 자신.

여지껏 '글' 내지 '책'이란 반드시 '인식적 충격'이나 '미학적 충격'을 주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언제부터 그런 견고하고도 왜곡된 믿음이 내 안에 자리잡은 거였을까. 어디서 생긴 건진 알 것 같다. 학교.


어려서부터 책이 좋았다. 글은 자연스러운 내 삶이었고, 그래서 국문과에 갔다. 학부에서 대학원까지, 휴학 빼고 도합 6년을 국문과에서 공부했다. 많은 걸 배웠지만, 그것들이 종합적으로 내게 내려준 결론은 하나였다. 글이란 아주 고급한 것이고, 나는 감히 넘볼 수 없다는 것.


아쉬울 것도, 서운할 것도 없었다. 학교에서 열심히 읽은 책들은, 그 유명한 분들의 유명한 책들은, 정말 바늘 하나 들어갈 구멍도 없어보이는 글들이었으니까. 심지어 그런 글들마저도 교수님들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까이기 일쑤였다. 그런 분들께 과제랍시고 뭔가를 써낼 때면 숨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죽고 싶었다. 학위논문을 써야 했던 대학원 막학기는 미치도록 괴로웠다. 나는 내가 제대로 된 논문을 절대로 써낼 수 없다는 걸 아는데, 정말이지 포기하고 싶은데, 써야만 했다. (일종의 조건부 전액 장학금을 받고 다닌 대학원이라 자퇴라도 할라치면 2년치 등록금을 싹 다 뱉어내야 했으니 난 정말 선택권이 없었다) 그러니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일이 자해를 하는 것 같았다. 누구든 이걸 읽게 되는 사람들을 부러 괴롭히고 공격하는 일 같았다. 뭔가 나쁜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쓰면 쓸수록 더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고, 자기검열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은 흘러 중간발표와 최종발표를 하고, 심사를 받고 최종 승인을 받을 때까지 잘 썼다는 칭찬을 정말 많이 받았다. 한 마디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다. 날 놀리는 거라 생각했고, 별 피드백이 없으니 나는 이 모양 이 꼴인 논문을 발전조차 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절망스러웠다. 나에게 글쓰기란,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난 스스로를,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꽉꽉 눌러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갇혀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이 책의 주요 장점을 키워드로 나열하라면 아마 거의 모든 독자에게서 같은 답이 나올 것이다. 위트와 솔직함. 우울과 실패와 후회로 점철된(우리 모두가 그렇듯) 일상을 그야말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숨김없이 털어놓는 작가의 태도는, 문장의 형태가 되기도 전에 이미 읽는 이를 사로잡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물론 문장이 되어야 읽을 수가 있겠지만) 글을 읽으려고 책을 폈는데, 사람을 만나게 될 때의 당황스러우면서도 감격스러운 기분. 글은 곧 그 사람이라는 걸, 왜 여태 잊고 있었을까. 인간 박상영이 생생히 드러나는 문장 문장, 단어 단어 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 자신이 드러나는 글을 쓰는 일을 곧 최악의 실패로 여겨 가능한 감추려고 애씀으로써 스스로를 철저히 소외시켰던 시간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나는 어디에, 나를 두고 온 거지.


그렇게 이 책을 읽고, 마침내 쓰게 됐다. 나의 실패를, 나의 비겁함을, 나의 자기연민을, 나의 오만함을, 나라는 사람을.

나를 옭아매고 짓누르는 모든 의무와 당위, 도덕과 신념으로부터 하루아침에 벗어날 수는 없을 뿐더러 그것이 정답일 리도 없지만, 최소한 그 모든 걸 추구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바로 나 자신이라는 주어를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이 책은 엄청난 인식적 깨달음을 주고 있어서, 너무 아름다운 단어들을 구사하고 있어서, 충격적 반전이나 놀라운 서스펜스를 자유자재로 활용해서, 새롭고 중요한 지식을 다루고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한 사람이 오직 자기 자신이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감동과 영향을 주는 좋은 책이었다. 그 감동을 경험하는 모든 순간이 바로 이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를 넘기는 시간들이었다. '힐링'이나 '치유' 같은 단어가 많이 퇴색된 경향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분명 이 책을 읽음으로써 잃어버렸던 무엇을 되찾았고, 허물어졌던 어딘가를 보수했다. 다른 이에게 위로를 건네려, 잘못을 바로잡으려, 교훈을 주려 한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자신을 보여준 어떤 이에 의해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그림을 볼 때, '이거 참 좋다' 내지는 '이거 되게 별론데?' 라고 말하기 1초 전,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무심코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며 '좋다', '재밌다', '완전 내 얘긴데'라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 나 자신을 둘로 가르는 그 못된 벽을 허물게 될 테니.


남을 바라보며,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시작했던 행위라고 생각했던 글쓰기가, 실은 나 자신을 향해 나 있던 길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거였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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