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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돌아가 볼까 - 그리고 소설가 송지현의 일요일 ㅣ 다소 시리즈 3
송지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9월
평점 :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된 이후부터는 책을 읽을 때 내용뿐 아니라 기획이나 편집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출간 전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이건 정말 미친 기획이다’ 싶었다.
소설은 어차피 저마다의 것이다. 한 작품을 100명이 읽는다면 100가지의 서로 다른 소설이 존재하게 되며, 바로 그러한 사실에 작품의(예술의) 가치가 있다. 다소 시리즈는 이런 면에 주목해 ‘하나의 작품’이라는 통합적 전체보다 ‘각각의 책’과 ‘각자의 독자’라는 개별적 다수를 출판 기획의 대상으로 삼았다.
책에는 각 인쇄본의 고유 번호가 적혀있고, 독자는 서지정보 면의 지은이 이름 아래 읽은이의 이름을 적게 되어 있다. 마치 다이어리처럼 키링을 달 수도 있고, 커버가 투명 PVC로 되어 있어 적극적인 ‘책꾸’가 가능하다. 책을 읽음으로써 그 책을 완성시키는 주체로서의 나,를 또렷이 인식하고 기억하게 한다. 자연스럽게 더욱 적극적이고 신나는 독서를 하게 된다.
이 시리즈는 책과 독자뿐 아니라 작가의 고유성에도 최대한 주목한다. 각 단행본에는 작가가 이 작품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정보가 함께 실려있으며, 책의 말미에는 소설을 써내려가던 시기의 작가의 일기와 작가가 실제로 작업을 하던 장소의 사진이 있다. 작가와 작품을 신비화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을이 된다. 흔히 ‘책은 작가와 독자의 만남’이라고 하지만, ‘만남’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방적인 경우가 훨씬 많다. 어떤 책은 독자를 만나러 세상에 나왔으면서도, 사실상 독자를 따돌린다. 읽어 보면 그런 태도쯤은 금방 느낄 수 있다. 그에 반해 이 시리즈에서, 작가와 독자는 정말로 만난다. 그리고 이 신선한 만남은 굉장히 따뜻하다.
‘에세이인가?’ 싶게 시작하는 <오늘은 좀 돌아가 볼까>는 실은 아주 노련하게 모두의 삶을 감싸는 ‘소설’이다. 소박하고 잔잔한 듯 보이는 사계절에는 이별도 있고, 제법 많은 죽음들도 있다. 이 소설이 불행과 부조리를 대하는 태도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결국 그 모든 죽음, 그 모든 아픔 들과 함께... 살아간다. 아프다고 말하거나 슬프다고 소리치는 대신 아픔과 슬픔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런 소설을, 나는 나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송지현 작가님을 여섯 번 정도 만난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꼭 이 소설 같은 분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어느 출판사가 소설책 표지에 이 작가는 “마감일을 넘기고도 록 페스티벌에 다녀오는 등 꿋꿋하게 마음의 여유를 추구”했다고 써놓는단 말인가. ‘다소 가까워지는 우리’라는 시리즈 슬로건에 딱 맞는 이 모든 것들. 이 시리즈는 문학계와 출판계에 하나의 특이점이 될 것 같다. 가령, 이 책에 대해 논하고 싶은 평자는 비평의 대상을 어디부터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각종 중편소설 시리즈들이 몇 년째 핫하지만, 다소 시리즈의 등장은 그야말로 생태계 교란종(positive)의 출현이 아닐 수 없다.
암튼 결론 = 다산북스 감다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