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거울 노란돼지 창작동화
백혜영 지음, 이갑규 그림 / 노란돼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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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하기를 꿈꾸는 초등학생 대상 동화

노란돼지 창작동화 시리즈

이번에 새로운 작품이 출간되어 만나보았다.

공간 감각이 부족한 엄마에 비해 지우는 꽤나 그 능력이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4학년 1학기, 평면도형의 이동 뒤집기, 밀기, 돌리기 수업은 정말 좋아했다.

그 어떤 응용문제라도 주저 없이 푸는 모습에 그저 부럽고 놀라울 따름... ㅎㅎ

"엄마, 표지가 참 센스 있어.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해 놓으니."

표지만으로도 충분히 궁금증을 자아내는 남몰래 거울

남몰래 거울은 과연 어떤 거울일까?

심통이 단단히 난 주인공 하늘이.

바쁜 아침 시간, 똥 때문에 8분 지각을 했고 그 덕분에 냄새나는 화장실 청소까지 하게 된다.

"역시 내 생일날은 재수가 없어!"

생일날이라도 잘못하면 화장실 청소라도 할 수 있지~!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하늘이는 그 이유를 다른 데서 찾는다.

"이게 다 내가 4월 4일 4시 44분에 태어나서야!"

하늘이의 일곱 살 생일날, 세 식구가 계곡으로 놀러 갔다.

하늘이 아빠는 물에 빠진 여자아이를 구하고 나서 거센 물살에 휩쓸려 가 버렸고

하늘이는 다시는 아빠를 볼 수 없었다.

"하느님, 왜 날 4월 4일 4시 44분에 태어나게 했어요?

 내 생일날 우리 아빠 데려가려고 그런 거죠? 네?"

"우리 쪼매난 공주님이 뭐 때문에 저렇게 화가 나셨을꼬? 자, 이 손거울 한번 보겠니?"

"이거 진짜 공짜로 주는 거예요?"

"물론이지. 자, 어서 받으렴. 이건 아주 신비한 거울이란다.

 거울을 보면서 누군가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그 사람 얼굴이 거울 속에 나타나지.

 그 사람 몰래 말이다. 그래서 '남몰래 거울'이란다."

하늘이는 공짜로 얻은 거울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흠, 누구를 불러 보지?"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친구, 수호.

일명 엄친아였던 수호는 잘생긴 데다 공부도 잘하고 다정했다.

다른 남자애들처럼 지저분하거나 유치한 장난도 치지 않았다.

"한수호, 한수호, 한수호......"

할머니가 시킨 대로 수호 이름을 세 번 불렀다.

이름을 부르기만 했는데도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도 쿵쿵쿵 뛴다.

하지만 남몰래 거울을 통해 수호의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된다.

수호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급기야 수호를 몰래 지켜본 걸 후회한다.

안 그랬으면 수호는 하늘이 마음속에서 영원히 멋진 친구로 남았을 테니까.

이제 하늘이가 남몰래 거울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을 건가?

천만의 말씀! 하루도 못 견디고 다시 거울을 들여다본다.

이번에는 가장 싫어하는 아이, 공부 잘하는 걸로 유명한 윤지수다.

고작 세 개밖에 안 틀렸는데 엄마에게 큰 야단을 맞고 있는 지수.

"오늘부터 하루에 수학 문제집 스무 장식 풀고 자."

'엄마가 저렇게 달달 볶아 대니 잘난 척 공주가 공부를 못할 수 있나? 잘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지.'

늘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잘난 척하던 지수가 고개를 푹 숙이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자,

하늘이는 조금 안 됐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엔 남몰래 거울을 통해 미워했던 친구를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이 거울, 혹시 죽은 사람도 보일까?'

만약 죽은 사람도 보인다면 하늘이는 꼭 불러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바로 하늘나라로 떠나 버린 아빠 말이다.

아빠를 만날 생각에 들떠 이쁘게 꽃단장하는 하늘이를 보며, 참 많은 눈물을 흘렸다.

나에게 이 책을 읽어주던 지우가

"엄마 왜 울어?" 묻고는 흐르던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늘이의 표정처럼 난 마냥 기쁘지만 않았다.

혹시 아빠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하늘이가 느낄 그 슬픔과 절망감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지레 겁부터 먹은 것 같다.

꼭 아빠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뒷장을 조심스레 넘겼다.

"허! 아, 아빠......!"

"그동안 잘 지냈지? 오랜만이다."

아빠는 하늘이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까지 건넨다.

"응, 아빠. 아빠도 잘 지냈어?"

하지만 아빠는 하늘이를 보고 웃는 것도, 하늘이에게 말을 건넨 것도 아니다.

그저 앞에 있는 하늘이 또래의 여자아이에게 말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아빠한테 크게 삐친다.

자기가 옆에 없는데도 아빠가 저렇게 환하게 웃고 있으니, 괜히 심통이 났다.

혼자서 한참을 씩씩 대고 있던 하늘이가 빙긋 웃음을 지으며 엄마에게 달려간다.

남몰래 거울을 엄마 눈앞에 대고 흔들며 여기에 아빠가 있다고 말한다.

하늘이는 목청이 터져라 아빠 이름을 불렀지만, 거울 속에 아빠 얼굴은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 하늘이, 아빠 꿈꿨구나. 아빠는 하늘나라에 잘 계실 거야."

이게 아닌데.... ㅠ.ㅠ

하늘이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아빠를 불러 본다.

다시 보이는 아빠의 얼굴.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아저씨, 근데 우리 일 년에 딱 한 번은 가족들을 만나러 갈 수 있다며서요?

 히히. 나 엄마 무지 보고 싶은데."

"그래, 우리가 죽은 날에는 특별히 땅으로 내려가 가족들을 보고 올 수 있지.

 그것도 하루 종일!"

하늘이는 아빠가 떠나고 나서 생일날 웃어 본 적이 거의 없다.

늘 잔뜩 심통 난 사람처럼 입술을 쭉 내밀고, 인상을 팍팍 쓰고 다녔으니.

하루 종일 아빠가 옆에 있는 줄 알았으면, 방실방실 웃고 있었을걸. 하늘이는 갑자기 후회가 밀려온다.

이제 생일날은 하늘이에겐 일 년 가운에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될 거다.

아빠가 하늘이 옆에 함께 있는 날이니까.

어느 날 하늘이는 오토바이에 부딪혀 다칠 뻔한 연서를 구해주다가 남몰래 거울에 금이 쩍 갔다.

'금 조금 간 건데, 설마 고장 났겠어?'

"김태선! 김태선! 김태선!"

자꾸자꾸 아빠 이름을 불러 봤지만 소용없다. 남몰래 거울은 더는 아빠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았다.

이제 아빠를 볼 수 없어서 너무나 슬프고 속상하다.

하지만 아빠랑 하늘이는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걸,

이제 그만 아빠를 하늘나라로 보내 줄 때가 왔다는 사실을 안다.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하늘이는 남몰래 거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보물 상자 속에 집어넣는다.

이별은 누구에게나 슬프고 힘든 일이다.

7살 아빠의 죽음을 맞이한 하늘이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더 그랬을거다.

2년이 지난 9살, 남몰래 거울을 통해 아빠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아빠에 대한 사랑과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이제 진짜로 아빠를 보내드리려고 한다.

'하늘이가 또 한 뼘 성장했구나.'

너무나 기특해서, 꼭 한 번 힘껏 안아 주고 싶었다.

내 생일은 가장 행복한 날, 오늘은 하늘이의 10살 생일날이다.

옷장 여기저기를 뒤져 가장 예뻐 보이는 옷으로 갈아입고 식탁에 앉는다.

"잘 먹겠습니다! 엄마, 아빠, 맛있게 드세요! 하늘이 낳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엄마를 한 번, 아빠의 빈자리를 한 번 쳐다보면 말했다.

* 아빠가 하늘이에게 꼭 전해 주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지난번 할머니로 변했다는 남은 이야기를 읽고 또 가슴이 먹먹해졌다.

남몰래 거울을 통해 청주에 사는 친구 서영이의 일과를 보고 싶다는 지우.

1년에 1~2번 밖에 볼 수 없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충분히 행복했고 좋은 기억이었나 보다.

남몰래 거울을 읽는 내내 엄마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언제나 내 말이라면 들어주고, 나를 챙겨주시는 엄마.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잘 알지만, 엄마와는 언제나 함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남보다 더 못한 행동을 한 것 같다

후회하지 않도록 더 많이 사랑하고,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독자 연령대에 따라 읽는 책은 달라질 수 있다.

70페이지, 저학년 대상의 창작동화지만

충분히 아이도 어른도 각자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내내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그래도 씩씩한 하늘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하늘아~! 지금처럼 힘든 일이 있더라도 이겨내며 꿋꿋하게 밝게 살아가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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