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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물의 탑 ㅣ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평점 :
호러 미스터리의 대가 마쓰다 신조의 #하얀마물의탑
방랑하는 청년 ‘모토로이 하야타’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격인 이 책은 일본의 패전 이후 한 청년이 등대지기가 되기로 결심하면서부터 전개된다.
벽지의 등대지기,
이후 하야타가 다시 선택한 길은 등대지기였다. 근대화의 상징이 기도 한 등대는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에서는 그야말로 구원의 불빛과 같은 존재였다. 새로운 산업과 시대의 기호이면서도 그것이 세워진 장소가 벽지라는 이유로 쉽게 다가가기 힘든 존재, 사람들의 이해와는 먼 존재인 등대를 지키는 사람, 등대지기가 되기로 한 것이다.
신임 동대지기의 두 번째 부임지는 고가사키동대. 무시무시한 기암괴석 뒤에 우뚝 솟아 있는 등대를 본 순간, 하야타는 이전 탄광의 경험을 떠올리며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예감은 점차 현실이 되어간다.
곧장 등대 앞 곳에 배를 대지 못하는 바람에 산길을 돌아 등대에 가게 된 하야타는 등대로 향하는 길에 온갖 괴이한 일을 겪게 되고...
-하얀 마물에게 들키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담담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계속해서 쫓기고 있는 듯한 기분을 주는데, 그래서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주인공 하야타가 처음 인근 마을에서 숲을 지나 고가사키 등대로 향할 때 자신을 뒤쫓는 듯한 알 수 없는 소리에 합리적 이성과 공포 사이에서 호기심과 두려움,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그 두근거림. 책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작가 미쓰다 신조는 주인공의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자가 가진 그 심리를 탁월하게 이용한다.
“제가 작가가 됐을 때부터 쓰고 싶었던 무대가 바로 탄광과 등대였습니다. 사회와 단절된 장소에서 내부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구성이 비슷해져버리죠. 그래서 ‘도조 겐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모토로이 하야타’를 탄생시켰습니다.” _ 작가의 말
그렇다 공포는 언제나 단절된 곳에서 시작된다.
꿈틀대는 숲, 술렁이는 바다, 공포가 밀려드는 등대
그리고 하얀 마물.
하얀 마물은 어쩌면 참혹한 현실에서 기인한 공포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덧.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는 2016년에 《검은 얼굴의 여우》, 이후로도 약 3년 간격으로 《하얀 마물의 탑》과 《붉은 옷의 어둠》을 출간하며 ‘모토로이 하야타’의 방랑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 시리즈는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역사적 배경 위에 괴담과 호러와 추리를 융합, 본격호러미스터리를 한 단계 더 진화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