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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부드러워, 마셔
한은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11월
평점 :
마음이 즐겁게 쓴 글이다. 나의 밤을 나누고픈 사람에게 종알대는 느낌으로 썼다. 그래서 말을 좀 했다. 평소의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발성을 하는 일이 귀찮게 느껴질 때도 많다. 뭘 구차하게 이런 걸 다 말로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시시한 말을 할 바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을 마시는 게 좋다. 말하는 걸 좋아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목소리를 타고 전해지는 말을 듣고 있으면 역시 아무 말이나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고요에는 말보다 훨씬 풍부한 것들이 깃들어 있어서, 고요보다 못할 말이라면 그냥 입속에 두는 게 좋다고도 생각해 왔다.
_ <밤은 부드러워, 마셔> 중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테다. 단순히 술을 마셔서, 취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술이 가진 대체할 수 없는 맛과 향, 그리고 분위기, 기분에 대한 것들. 작가의 말대로 괴로워서 마시고 즐겁고 싶어서 마시고, 슬퍼서 마시고, 이유는 많다. 그런 모든 순간들에 술이 빠지질 않는 것이다.
이 술은 어떤 맛과 향을 가지고 있을까. 기대감도 빼놓을 수 없지.
음식의 다양성 만큼이나 술도 다양하다.
한여름, 시원하게 꿀꺽 꿀꺽 마시고 싶은 필스너 맥주.
짙은 밤, 한 모금 아껴마시고 싶은 위스키,
자기 전 일기장을 펼쳐두고 읽는 레드 와인 한 잔
48가지 술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치 화려한 먹방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때론 나도 그 이야기에 동참하고 싶어서 당장 아쉬운 대로 냉장고 속 맥주라도 꺼내 마시고 싶었지만, 마라탕 먹방을 보고 흰죽을 먹진 않잖아? 전혀 장르가 다르니까.
맛있는 술을 야금야금 아껴마시듯이 홀짝 홀짝 읽게 되는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모쪼록 술을 마시는 모두 술을 맛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만 마시길 바라는 당부를 남기며…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