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의 법칙 (블랙 에디션) - 전2권 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이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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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는 가끔 화를 낸다. 달려들어서 물기도 하고, 컹컹컹컹 짖기도 한다. 나는 반대다. 둔하고 무심한 편인데 겁이 많다. 서운한 마음이 들면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래서 여자친구와 싸울 때면, 여자친구만 흥분해서 불만을 토해내고, 나는 묵묵히 듣기만 한다. 머리 속에서는 조목조목 반박도 하고 하소연도 하면서 대토론이 벌어지지만, 한 마디도 음성화되지 않는다. 말을 해야하는 걸 알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두려움에 몸이 굳어버린다.


이럴 때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참 이상해.


이성적으로 분석을 해보자면, 둘 다 성격이 좀 이상하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초록로봇에 의하면, 원래 사람은 다 이상하다. 원래 사람은 비이성적이라고, 그게 본성이라고, 이야기하는 책을 읽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해서 애초에 우리가 길을 잘못 들게 되는, 그래서 잘못된 결정이나 오판을 저지르게 되는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우리의 뿌리 깊은 '비이성적 성향'이다. 우리 마음에서 정확히 감정이 지배하는 부분 말이다.


우리는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다. 일을 그르치는 것도, 싸우는 것도, 다 우리의 본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본성이라면, 바뀌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맞다. 그래서 저자는, 바꾸려 하지 말고, 그냥 보라고 말한다.


그러지 말고 사람을 하나의 현상처럼 대하라. 혜성이나 식물처럼 가치판단의 여지가 없는 대상으로 보라. 그들은 그냥 존재하고, 모두 제각각이고, 삶을 풍부하고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존재일 뿐이다. 사람들이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하면 저항하거나 바꾸려 들지 말고 연구 대상으로 삼아라. 사람을 이해하는 일을 하나의 재미난 게임으로 만들어라. 퍼즐을 푸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은 인간들이 벌이는 희극의 한 자면일 뿐이다. 맞다. 사람들은 비이성적이다. 하지만 당신도 비이성적이다.


싸움이 끝나고 다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되찾는 과정은 언제나 관찰로 차있었다. 왜 서운했었는지, 왜 화가 났었는지, 그렇게 행동 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한 건지, 그 행동의 정확히 어떤 부분이 기분이 나빴는지, 하나하나 찾아간다. 정말 극적이게도 대화를 하다보면,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한다.


우리는 정말 이상해.


이상해도 하는 수 없다. 계속 찾고 있다. 싸우면서 여자친구의 이상함을 연구하고, 내 이상함을 발견한다. 여자친구의 이상함을 연구할 때보다 내 이상함을 발견하는 순간이 더 놀랍다. 그걸 내가 몰랐다니. 나는 나를 정말 모르는구나. 새삼스레 놀랍다.


싸우면서 내 감정의 밑바닥을 확인하고, 그때 건드렸던 내 자존심은 무엇인지 찾는 과정은, 당연히 쉽지 않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겨우 그것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는 걸, 입을 움직여 스스로 말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싸움이 끝나지 않으니 결국 말하게 되기는 한다.)


이때 가장 위험한 것은 당신의 자존심이다. 자존심은 무의식적으로 당신에 대한 환상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그게 순간적으로는 위안이 될지 몰라도, 길게 보면 당신을 방어적으로 만들어서 새로운 교훈을 얻거나 더 발전할 수 없게 만든다. 약간은 거리를 두고 심지어 웃음기를 띠고 당신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중립적 위치를 찾아내라.


그래도 나에 대해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나와 여자친구가 아닌가. 재미있고, 고맙다. 알아봤자 이상하다는 결론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내 안의 낯선 이에 관해 좀 더 명확히 알게 되면, 그 낯선 이가 실은 내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가 훨씬 더 불가사의하고 복잡하며 흥미로운 존재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점을 알고 나면 우리 인생의 부정적 패턴을 깨버릴 수 있다. 더 이상 변명을 꾸며댈 필요도 없고, 내가 하는 일 혹은 내게 벌어질 일에 대해 더 많은 주도권을 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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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남자의 미래를 바꾸다
김세현 지음 / 생각비행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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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정장을 입는다. 나름의 취향도 고려하고 가성비와 간편함도 추구한다. 기왕이면 매일 입는 옷, 좀 알고 입으려고 읽었다. 사람마다 체형이나 취향에 따라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책에서는 다양한 경우를 다 고려하지만, 내 체형과 취향에 대한 부분만 골라 읽었다. 그래서 읽는데 얼마 안 걸린다.


슈트, 정확히는 남성용 정장에 대한 책이다. 가볍게 설명한다.


코코 샤넬은 "옷을 잘 못 입은 여성을 보면 사람들은 그녀의 옷에 주목하지만, 옷을 잘 입은 여성을 보면 사람들은 그녀라는 사람에 주목하게 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스타일


정장도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다. 군복 느낌의 영국 슈트, 우아한 이탈리안 슈트, 편리한 아메리칸 슈트 등. 그중 우리나라 사람에게 어울리는 건 이탈리아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 남성 체형에 잘 어울리는 슈트는 어떤 스타일일까? 이탈리아 남성의 체형이 한국 남성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탈리아 슈트가 잘 어울린다. 이탈리아 슈트는 슬림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만들어 상대적으로 키가 커 보이게 해준다.



비스포크


냉장고 브랜드 이름인 줄 알았는데, 비스포크는 맞춤형 정장을 의미하는 거였다.


테일러가 각 고객의 취향에 맞게 새롭게 제작하는 슈트를 비스포크 슈트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커스텀 메이트 슈트라고 부른다. 장인이 직접 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드는, 신체 각 부위의 구조에 맞춰 숨 쉬는 작품이다.


나는 기성복을 사면 된다. 어느 브랜드든, 가장 작은 사이즈를 달라고 하면, 어깨든 팔이든 가슴이든 허리든, 그냥 딱 맞는다. 바지 기장만 자르면 된다. 그래서 맞춤형 정장을 살 필요가 없다. 여자친구의 표현에 따르면, 가성비 있는 신체를 타고났다.



바지 주름


나는 바지 주름을 싫어한다. 처음에 멋모르고 취업준비 하며 샀던 바지들은 다 조금씩 길다. 그래서 주름이 잡힌다. 그게 싫어서 나중에 산 정장들은 조금 더 짧게 잘랐고, 주름이 적은 편이다. 이제 그것보다 더 짧게 자르고 싶다. 그런데 너무 짧게 자르지 않고도 주름이 잡히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기성복은 바지 밑단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 구매자의 키에 맞춰 기장을 줄이기 위해서다. 바지에 앞 주름이 생기는 브레이크 현상이 많이 일어난다면 바지 기장을 수정할 때 모닝컷으로 수선하는 것이 좋다.
모닝컷이란 바지의 앞부분을 뒷부분보다 1.5~2센티미터가량 짧게 수전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러면 바지가 구두에 닿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어 핏이 한결 깔끔해진다. 또 밑단뿐 아니라 바지 가운데도 구김 없이 흐르게 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낸다.



구두


스트레이트, 플레인 토, 몽크 스트랩, 로퍼, 슬립온 등 구두 종류를 설명한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구두는 없다. 끝이 둥그렇고 군화 같은 느낌의 구두를 좋아한다. 이마트 매장에서 판다. 끝이 뾰족하지 않은 구두가 많지 않아서 이마트에서 같은 걸로 2번 샀다. 이걸 부르는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더비 느낌인데...



넥타이


여러가지 넥타이 매듭법을 소개하지만, 자세히 안 읽고 넘겼다. 나는 오로지 자동 넥타이만 쓴다. 집에 넥타이만 열개 이상 되지만, 예외 없이 자동이다. 편하고 좋다. 다만 목에 완전 딱 맞게 조여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실용성이 가장 중요하다.



벨트


벨트도 종류가 있었다. 나는 벨트 안 한다. 어차피 몸에 맞는 정장을 샀기 때문에, 내려가지 않고, 다행히 아직 배도 안 나왔다. 앞으로도 배 안 나오게 운동해야지.



양말


양말은 아주 좋아한다. 다양한 색상별로 신는다.


양말의 컬러 선택이 어렵다면 고민하지 말고 바지나 구두와 같은 계열의 컬러를 선택하면 된다. 바지와 양말이 연결되어 보이면서 키가 커 보이는 효과를 낸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흰색 양말을 신었다가는 본인도 보는 사람도 민망해진다.


흥. 나는 흰색 양말도 좋아한다.



머플러


목도리도 매는 방법이 다양했다. 다양한 건 알고 있었지만, 각각 이름이 있는 줄은 몰랐다. 원 루프, 슬립 노트, 롤 노트, 아이비리그 노트 등등. 나는 아주 긴 목도리를 목에 여러번 칭칭 감거나, 넓은 목도리를 거지반 망또처럼 두르는 걸 좋아한다. 이런 스타일은 왜 이름이 없지...



안경


다양한 형태의 안경을 소개한다. 얼굴형을 고려해서 선택하면 되는데, 내가 어떤 얼굴형인지 알 수가 없다.


각진 얼굴형은 각진 안경테를 착용하면 단점이 부각된다. 선이 부드러운 원형이나 타원형 안경테를 착용하면 단점이 보완되고 인상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단, 어둡고 굵은 뿔테는 답답해 보일 수 있으므로 피하는 편이 좋다.


얼마 전에 처음으로 안경을 샀는데, 오로지 패션용이다. 그래서 알도 없다. 안경 백화점이라는 곳에 가니, 2000원 짜리부터 다양하다. 내가 고른 안경은 5000원이었다.



코트


코트도 좋아한다. 체스터필드 코트, 트렌치 코트, 피코트, 발마칸 코트, 폴로 코트 등 종류가 다양하다. 내가 좋아하는 코트는 옆 칼라가 새워져 있는 스타일인데, 그런 건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모르겠다. 입고 나가면, 지인들이 인민군이냐고 물어본다. 아니라고 쏴 버리겠다고 대답한다.



바지


잉?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건만 한국 남성들은 다리 길이로 고민이 많다. 그렇게 고민할 시간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구하는 편이 훨씬 낫다. 짧으면 짧은대로 그에 맞게 옷을 입어 개성을 살리면 된다.


맞다. 고민한다고 해결 안 된다. 개성도 못 살린다. 받아들일 수밖에.



기타


버튼, 색상, 라펠, 셔츠, 셔츠 칼라, 커프스, 슈트리, 손목시계, 포켓 스퀘어, 커프 링크스, 가방, 니트, 바지 등 꼼꼼히도 다룬다.


읽고 나서 확실히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과연, 나는 특이한 취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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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 20년간 우울증과 동행해온 사람의 치유 여정이 담긴 책
고요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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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상투적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 느낌 문장형 제목. 주제도 뻔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극복기라... 죽고 싶지만 떡볶이에 순대가 먹고 싶은 사람이 상담 받고 약을 먹었다 끊었다 반복하며 순례를 떠나는 수많은 우울증 책들이 서점에 쌓여있지만, 한번 들춰보지 않았다. 우울증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런 책을 핑크색도 살구색도 아닌 어정쩡한 표지 색에 홀려 읽게 되었다.


굵직굵직한 사건과 뭔지 모르지만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는 고통, 찔끔찔끔 눈을 자극하는 감동. 저자의 삶에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역시 필력이 깡패구나... 감탄하며, 맞아서 얼얼한 부위를 쓰다듬었다. 전혀 모르는 분야인데도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글이었다.


저자는 20년간 우울증과 함께 해왔다. 이를 인정하고 싸우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다치고 다시 극복하는 이야기다. 버스 사고는 우울증과 정반대 방향에서 나타나 정면충돌 한다. 저자는 사고에서, 우울증에서 천천히 일어나고 있다.


우울증을 다룬 영화 「멜랑콜리아」가 생각난다.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주인공 저스틴은 항상 죽음을 생각한다.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이상한 건 여기부터다. 저스틴은 닥쳐올 죽음 앞에서 우울증에서 벗어난다. 반대로 현실을 잘 살아가던 인물은 소행성의 궤도를 확인하고 자살해버린다. 철학자 한병철이 말하듯, 부정성은 치유와 각성을 낳는다.


파국적 재난은 뜻하지 않게 구원으로 역전된다.
 _한병철 「에로스의 종말」


우울증은 내가 아픈 건지 약한 건지 헷갈리게 한다. 그래서 약을 먹지 않고 버텨야 하는지, 약을 꾸준히 먹어서 버텨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저자도 마찬가지의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버스에 깔리면서 분명히 느낀다. 나는 분명히 아팠던 거구나, 나약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버스에 깔린 채 생각했다. 우울증은 늘 생각했던 대로 약해빠진 나의 도피처였을까.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패배자의 투정이었을까.
아니었다. 구조대가 온다면, 어쨌든 버티면 살 수 있었다. 버티면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우울증과 버스 사고는 같은 선상에 있었다.
고통의 정도는? 비슷했다. 놀랍게도 비슷했다. 멀쩡히 편안히 누워 있는 게 아니었다. 온몸이 구겨진 채 깔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엄청난 짓눌림의 고통 속에 있었다. 일 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고통 속에 있는데, 극심한 우울증으로 침대 위에서 몸부림칠 때의 고통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우울증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앓는 척하는 쇼가 아니었다.
 _고요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저자는 이제 우울증과 잘 지내고 있다. 역시, 싸우면 다 친해진다.


이젠 적이 아닌 친구로서, 강아지처럼 작고 귀여워진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주 긴 혼란과 고통의 터널을 지난 후에야 남들처럼 일상을 평범하게 아파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겁니다.
 _고요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나도 강아지처럼 작고 귀엽다

버스에 깔린 채 생각했다. 우울증은 늘 생각했던 대로 약해빠진 나의 도피처였을까.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패배자의 투정이었을까.
아니었다. 구조대가 온다면, 어쨌든 버티면 살 수 있었다. 버티면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우울증과 버스 사고는 같은 선상에 있었다.
고통의 정도는? 비슷했다. 놀랍게도 비슷했다. 멀쩡히 편안히 누워 있는 게 아니었다. 온몸이 구겨진 채 깔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엄청난 짓눌림의 고통 속에 있었다. 일 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고통 속에 있는데, 극심한 우울증으로 침대 위에서 몸부림칠 때의 고통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우울증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앓는 척하는 쇼가 아니었다.

이젠 적이 아닌 친구로서, 강아지처럼 작고 귀여워진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주 긴 혼란과 고통의 터널을 지난 후에야 남들처럼 일상을 평범하게 아파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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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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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도 없고 내용도 없다.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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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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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용기

하도 좋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읽어봤는데, 과연 좋았다. 무엇보다 칭찬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아들러에 대한, 청년과 철학자의 논쟁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대화체다 보니까 아주 읽기 쉽다. 중학생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읽을 시간이 있다면. 나는 중학교 때 시간이 아주 많았다. 하루종일 게임을 해도 남을 정도로 남아 도는 게 시간이었던 것 같다.

재미있었던 내용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_트라우마

아들러는 트라우마 따위는 없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영향을 받아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온전히 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과거의 기억을 가져다 핑계를 대는 것이 트라우마다.

˝ 어떤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 -즉 트라우마-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 ˝

여기까지는 시크릿 같은 미국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난다. 이런 이야기만 했다면, 책을 덮었을 것이다.


_분노

분노조절잘해라는 시쳇말이 있다.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 앞에서는 분노를 마구 표출하다가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사람(like 마동석) 앞에서는 감정 조절을 잘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말이다. 선택적 분노조절장애라고도 말한다. (물론 정말 질병도 있다. 충동조절장애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에 시작되고, 만성질환이 된다. 유전적으로 세르토닌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화가 나서 화를 낸다. 이런 당연한 문장을 아들러는 비판한다. 재미있는 예시를 통해 우리가 분노를 핑계 삼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 어느 날, 엄마와 딸이 큰소리로 말다툼을 벌였네. 그런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지. ˝여보세요?˝ 엄마는 당황해서 수화기를 들었는데 목소리에는 여전히 분노의 감정이 남아 있었지.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딸의 담임선생이었네. 그걸 안 순간 엄마의 목소리를 정중한 톤으로 바뀌었지. 그리고 그대로 격식을 차린 채 5분가량 담소를 나누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네.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딸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 ...

요컨대 분노란 언제든 넣었다 빼서 쓸 수 있는 ‘도구‘라네. 전화가 오면 순식간에 집어넣었다가 전화를 끊으면 다시 꺼낼 수 있는, 엄마는 화를 참지 못해서 소리를 지른 것이 아니야. 그저 큰소리로 딸을 위압하기 위해, 그렇게 해서 자기의 주장을 밀어붙이기 위해 분노라는 감정을 이용한 걸세. ˝

그에 따르면 누군가 싸움을 걸어와도 상대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분노 대신 다른 소통 방식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주장을 하며 분신하는 대학생들을 비판했던 김지하는 아들러의 사상에 심취했단 말인가.)


_칭찬

처음부터 궁금했던 칭찬 파트로 넘어가자. 일반적으로 우리는 칭찬과 훈육 중에서 어떤게 더 바람직하냐 물으면, 칭찬이라고 답한다. 아동인권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근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그 이전에는 폭력이 답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들러는 칭찬도 부정한다.

˝ 아들러는 이런 상벌에 의한 교육을 맹렬히 비판했네. 상벌교육의 결과로 생기는 것은 ˝칭찬하는 사람이 없으면 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벌주는 사람이 없으면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 등과 같은 잘못된 생활양식일세. 칭찬받고 싶은 목적이 있어서 쓰레기를 치운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칭찬받지 못하면 분개하거나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딱 봐도 이상한 예기지. ˝

먼저 타인의 기대를 무시하라는 주장을 하고, 이어서 자녀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주제로 넘어간다. 하나하나가 맞는 말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자녀 양육을 시작하기 전에, 고민과 토론을 통해서 이에 대한 원칙을 정해야 할 것 같다.


_자유

너무 길어지면 지루해지니,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자, 깨달음을 주었던 부분을 소개한다.

자유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철학의 난제는 애초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하지만 아들러를 통해서, 자유에 대해서는 확실히 정의내릴 수 있게 되었다.

˝
철학자 : 몇 번이고 말했지만,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다˝라고 주장하지. 즉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해방되기를 바라고,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하네. 하지만 우주에서 혼자 사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해. 생각이 여기에 이르렀다면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결론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네.
청년 : 뭔데요?
철학자 : 단적으로 말해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 일세.
청년 : 네? 무슨 말씀이신지?
철학자 : 자네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것. 그것은 자네가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증거이자 스스로의 방침에 따라 살고 있다는 증표일세.
청년 : 아, 아니. 하지만...
˝

명쾌하다. 단순하다 못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다. 이 부분을 읽고 이 책의 제목이 단순히 마케팅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 가치관의 한 부분이 단단해지는 기분이다.

읽기 쉽고 내용이 좋은데, 안 읽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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