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객잔 - 김명리 산문집
김명리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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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명리

출판 소명출판

출간 2021.07.30

목차

머리글  청렬淸冽과 낙조落照

1 계수나무 꺾으러 가세

2 , 임종중입니다

3 쇠망치를 삼켰으니 바늘을 꺼내야 한다

4 가을이 오리라

5 도스토예프스키의 홍차

6 개와 사람, 비의 백골들

7 책으로 세운 청춘의 기념비

8 아름답고 강하고 빛나는 것들

9 네팔에 오면 네팔리가 되어라!



그랬다, 엄마 곁에 누울 때면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 더 잘 들렸다. 바람이 오고 구름이 가는 소리, 세월 가는 소리 들리는 것 같았다. 엄마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는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 우리 집 정자, 봄 여름 가을 없이 무장무장 장대비 소리만 쌓이고 있다.

집 근처 산책길에서 만났던 빈집. p94


자못 태평스러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 밑바닥을 두드려보면 어쩐지 슬픈 소리가 나는 때문일까. 멋드러진 풍자와 조소, 인성의 그로테스크함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비웃는 고양이의 음성에도 적잖은 물기가 스며 있고 그 물기 속에는 얼마간의 나른한 꿈꾸는 듯한 졸음이 배어 있기까지 하다.p115


무너진 담벼락, 폐허를 타고 오르는 홍황紅黃의 단풍 빛이 사람의 비애조차 궁륭으로 만드는 듯했으니 잡풀 무성한 빈집의 마당에 누군들 햇곡식 말리고 싶지 않았으랴.

더 깊이 들어가 되돌아 나올 수 없는 폐허면 어떤가. 낮고도 잠잠해, 귀 기울이면 해금소리 한 자락 울려 퍼지는 왁자한 폐허. -‘저 단풍 빛’ p142


굶주린 겨울 고라니들에게는 풋것을, 청설모와 다람쥐와 새들에게는 알곡을, 정처를 찾아 헤매는 길고양이들에게는 잠자리와 사료와 비린 것을 내어주어야 만 한다. P200


산중에 버려져 품에 안고 왔던 아기고양이가 저만치 컸다. 이름을 향기라 지어주었다.

산자락 아래라 4월이 코 밑인데도 봄이 먼 집마당에서 향기는 봄이 먼저 올지 임이 먼저 올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미구에 들이닥칠 꽃봄, 어쩌면 향기는 임과 봄을 함께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 · · · · . p266


잔잔하고 여름에서 가을 넘어가는 이 시기쯤 읽기 좋은것 같습니다. 산문집 내용에서 한자를 많이 볼 수 있을텐데 거기에는 작가의 생각과 글을 쓸때의 마음이 함축적으로 나타난것 같습니다.  구절 하나하나가 와 닿는 뜻 깊은 책인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어머니분께서 글 속에 등장하십니다. 저도 이 글을 읽으면서 저희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서 책을 읽는 내내 감정이입이 많이 된것 같습니다. 잔잔하고 따뜻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세월이 흐른다는게 한편으로 슬픈것 같아요...... 항상 부모님들은 저희를 위해 희생하셨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 많이 찾아뵙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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