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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다고 맹세한 내가 있었다
히라야마 미즈호 지음, 김동희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작가는 전작 '라스 만차스 통신'으로 판타지 소설 대상을 수상했지만, 이번 소설은 로맨스 소설인 것 같다. 환상적인 느낌이 종종 풍기기도 하지만 글쎄... '러브레터'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같은 류의 사랑 이야기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소설의 시작은 고3 수험생 하야마 다카시가 시력이 나빠져 안경점에 안경을 맞추러 가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그는 훗날 영원히 잊지 못할 사랑의 이름이 될 오리베 아즈사를 만난다. 다카시는 아즈사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녀가 자신과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여학생임을 알게된다.
며칠 후 학교 옥상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다카시와 아즈사. 그들은 수업을 빼먹고 놀이 공원으로 놀러를 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카시와 아즈사의 사랑이 시작되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아즈사는 '사라지는 병'에 걸린 것이다. 그녀는 순간 순간 이 세상에서 소멸되었다가 다시 나타나고, 그녀에 대한 기억도 함께 사라지고, 그녀와 함께 지냈던 사람들은 금방 그녀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린다. 그녀는 점점 세상에서 없는 존재가 되어 간다.
이 사실은 알게된 다카시는 그녀를 '소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누군가가 그녀를 기억하고 있으면 그녀의 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다카시는 그때부터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노트에 그녀와의 만남부터 모든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고, 카메라로 그녀의 모습을 촬영해 두기도한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즈사는 점점 사라져간다. 그리고 눈오는 어느날 밤 아즈사는 영원히 소멸되어 다카시의 곁을 떠난다.
다카시는 아즈사가 세상에서 사라진 후에도 그녀에 대한 기억을 영원히 잊지않고 간직하기 위해 노트와 비디오테잎을 소중히 간직하며 반복해서 본다.
러브레터를 소설로 읽었을 때 느꼈던 첫사랑에 대한 가슴 벅한 감동을 이 소설에서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느날 문득 바람처럼 찾아왔다가 소리없이 사라져버린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처럼 슬프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필사적으로 기억하려, 잊지 않으려 노력할 수 있는 그런 소중하고 찬란한 사랑, 애절하지만 아름다운 첫사랑의 감동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이 메말라 버린 현대인들에게 단비처럼 촉촉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인상 깊은 구절과 대사가 너무 많았지만, 특히 아즈사가 영영 사라져버리기 전에 다카시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감동적이다.
"어쨌던 사람은 언젠가, 어딘가에서, 한번은 사라지지 않으면 안 돼. 사라지고, 그 때문에 망각됨으로써 다시한번 태어나는 거야."
이 소설, '잊지 않겠다고 맹세한 내가 있었다' 한동안 기억에서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소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