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의 꽃이었다
김광휘 지음 / 해맞이미디어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대한의 꽃이었다, 김강휘

 

우연한 기회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20대 초반의 나에게 옛사진이 프린트된 표지하며 어렴풋이 들어보았던 ‘빨간마후라’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쉽사리 표지 속 여인의 눈빛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흐릿한 사진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한을 담은 듯, 정서를 담은 듯 묘해서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책 구성에 있어서는 챕터가 세세하게 나뉘어져 짧은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지루한 감이 없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 보니 사료나 인용이 많다. 주인공 윤인자 에 인물들에 대한 정보도 사실로 쓰여서 현실감이 있다. 윤인자의 일생에 화재, 물난리를 겪은 탓에 사진이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지만 책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며 마치 그 시절, 꽃다운 나이의 윤인자를 지금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부산에서 아름다운 자태와 연기력으로 주목받고 있던 황진이는 1950년 6.25가 터지면서 피난민이 된다. 미국 장교클럽에서 만난 코맨더 루시 해군장교와 춤을 추게 되고, 한국해군참모총장인 손원일 제독과 그의 아내 홍은혜의 간청으로 나라를 위해 애국적인 일이라 여기며 그를 달래기로 한다. 캡틴 루시는 맥아더 원수의 부하였고 한국 해군사령관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손 제독이나 대령급 신현준 해병대사령관도 모든 작전과 보급문제를 캡틴 루시의 지시하에 이룰 수 있었다.

 

루시 장교와의 하룻밤 이후 그에게서 갈보취급을 받았다는 생각때문에 그가 있는 하야리아 부대 앞에 자신의 편지를 들고 당당하게 서서 전달한다. 그 편지의 내용은’ ‘나는 한국의 배우다. 감히 군인 따위가 여배우의 주변에 얼씬댈 수 없다’였다. 이 대목에서 윤인자가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여배우로서, 대한인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뿐만이 아니다. 그녀를 더 존중하게 된 루시와 동거를 하면서 자신의 40달러로 PX에서 거래를 하기 시작하면서 당시 3억이 넘는 재산을 불렸다. 그 재산으로 소외층을 위해 기부하고 나라의 발전에 썼다. 그렇게 그녀는 애국운동을 하고 있었다.

 

6.25전쟁이라는 배경은 고등학교 교육과정까지도 배웠지만 그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문화, 예술인들도 너나할 것 없이 어렵고 생사가 오고갔던 시절, 현실적인 전쟁 묘사는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했다. 전쟁 이후의 세대로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며 전쟁의 아픔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윤인자와 손제독의 아내 홍은혜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러 다니는 부분에서 홍은혜의 인품에 감동하였고 그 많던 소외계층들을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그 동안 홍은혜 여사를 따라다니며 봉사활동을 했지만 윤인자는 사실상 남을 위해 사는 일, 봉사하는 일 , 더구나 적극적으로 희생하며 사는 일은 어려운 삶이라는 것을 체감한다. 그리고는 꺠닫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대 위에서 배우로 살아가는 일이지, 홍은혜 여사처럼 몸빼바지를 입고 남을 위해 살기는 어렵다는것을..

 

그렇게 윤인자는 루시와의 1년반의 동거 끝에 연극무대로 돌아간다. 그동안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질투와 원성을 샀다. 전쟁통에 미국장교를 잘 만나서 출세했고, 양색시 취급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연극활동에 전념한다.

모두 나열할 수 없을 만큼, 그녀는 수많은 연극과 영화를 찍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최초의 키스신,누드신과 함께 마담형 여배우라는 족쇄를 차기도 했지만 영화계의 발전에 한 획을 긋는다.

 

그녀의 인생은 풍파를 몰고 다니는 운명의 여인이었다. 두 번의 결혼으로 가지고 있던 재산을 모두 잃고, 입양한 아들과 딸 역시 그녀를 배신했고 아들의 방화와 물난리로 살아 생전의 사진 한장 하나 남지 않고 다사다난한 세월이었다.

 

외국인과 함께 원하는 것은 모두 할 수있었던 그녀가 전쟁 속에서 가족을 잃고, 가난으로 인해 죽어가던 사람들을 바라보며 얼마나 마음 아파하고 죄책감을 느꼈을지 안타까웠다. 화려한 인생이었지만 기댈 수 있는 가족도,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없이 외로웠던 그녀가 여자로서 측은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여자도 아니고 그녀이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도 초지일관의 자세를 보인 그녀는 이승만 대통령의 말 그대로 꺾이지 않는 대한의 꽃이었다.

 

이 책은 윤인자의 삶 속에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영화계의 역사를 모두 느낄 수 있다. 영화인, 즉 예술인이라면 그 삶 속에서 영화인으로서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 학생과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결코 잊어서는 안될 6.25의 역사도 배울 수 있다. 영화 ‘빨간마후라’의 윤인자의 삶을 통해는 대한국민으로서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역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희노애락을 느낄뿐만 아니라, 전쟁이라는 애국적 힘이 절실한 배경이 아니어도 내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만든 책이었다.

 

그리고 나도 배우, 윤인자처럼 소명의식을 갖고 한 나라의 꽃이되고싶다. 그리고 많은 꽃들이 우리나라를 가득채우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