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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16년 8월
평점 :
이 책의 리뷰에 앞서 고백을 하나 하자면, 나는 여태 기계적 학습자였다. 과학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과학교사가 되려고 했다. 그러나 대학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를 따라다니는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 어떻게 채점될지 머리를 굴리며 짜맞추는 사고에서 탈피했다. 과학은 그 자체로 숭고하고 어딘가에 꽁꽁 묶여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늘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렇게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된 데는, 스티븐 와인버그의 과학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영향이 컸다. 과거를 현재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많은 역사학자들이 피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대가는 실로 과감하고 대단하다. 저자의 이런 시각이 처음에는 와 닿지 않았고 거부감이 들었다. 주입식 교육과 기계적 학습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사고회로를 움직이는 것이 꽤 힘이 들었다. 받아들이기가 어려우니 진도는 나가지 않았고, 제자리 걸음을 자주 했다. 이러다가는 리뷰대회 마감일까지 다 읽지도 못하겠다 싶어서 본론들을 건너뛰고 ‘감사의 말’과 ‘역자의 말’부터 읽었다. (독서를 하며 잘 읽히지 않을 때마다 하는 나만의 독서 방법이다. 중간에 방향을 잃으면 작가의 말, 역자의 말 등을 곱씹어 읽곤 한다.) 역자의 말을 읽고 스티븐 와인버그의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역자인 이강환 천문학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그가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를 판단하고자 한 것은 더 유리할 수밖에 없는 후세대 사람의 위치에서 과거를 내려다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과학 개념이 과거와 얼마나 다른지를 분명하게 비교함으로써 이것이 얼마나 완성되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_p355”
읽는 데 오래도 걸렸다. 한 달 간 눈에 불을 켜고 이 책만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내 역량으로 이 책을 온전히 읽어내려면 반년은 꼬박 읽었어야할 지도 모른다. 또 나의 무지함을 반성하고 세상에 알아야할 것들은 무수함을 인지했다. 그래도 세부 내용을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하고 흐름을 따라가니 꽤 즐거웠다. 과학교육론을 공부하며 내가 과학사에 대해 배운 것은 구우일모였다는 것도,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사를 거쳤는지도 알게 되니 뿌듯했다. <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을 읽지 않았다면 내가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며, 내가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몰랐을 것이다. 나의 앎에 대해, 세상의 앎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되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