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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돼지 도라는 발을 동동 ㅣ 그림책 도서관 37
프란치스카 비어만 글.그림, 배수아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동화책을 접한건 2004 시카프(SICAF)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데 동화나라에 있었다. 어릴 때 접했던 동화책보다 그림도 다양하고 예쁜, 그리고 지금의 내가 읽어도 재미있는 책들이 많았다. 지금도 기억나는 책은 책을 넘길 때마다 앵무새 숨은 그림 찾기를 하던 책. 이야기도 중요하겠지만, 아직 읽는 것이 서툰 아이들에게는 그림을 '읽는' 것도 중요하기에 그 책은 참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다. 누가 내 머리에 똥을 쌌을까? 도 재미있었다. 우선 제목부터가 아이들의 흥미를 끌었고, 아이들은 그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그리고 생각나는 책은, 책 먹는 여우. 처음에는 책을 먹는다고? 하면서 책 이름이 뭐 저럴까... 했는데, 동화나라에 들리는 아이들이 책 먹는 여우를 보고서는 "책 먹는 여우다!" 하면서 매우 반가운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하면서 읽어 봤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책에 후추를 뿌리다니... 여우 아저씨에게 금방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
<꼬마 돼지 도라는 발을 동동>은 책먹는 여우의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이 쓴 2007년 신작이라고 해서 기대를 갖고 있었다. 좋은 책을 쓰는 작가가 동시대에 살아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겁고 다행스러운 일인지!
<꼬마 돼지 도라는 발을 동동>에는 재치있는 도라가 주인공이다. 매 페이지마다 도라는 위기를 겪는다. 그래서 도라는 발을 동동 굴러요. 아이참, 어쩌면 좋지? 이 말이 반복된다. 한참 텔레토비가 유행하던 때에 아이들은 반복효과를 즐거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듯하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분명 아이들은 매 페이지마다 같이 따라할 것이다.
위기를 겪은 도라는 다음 페이지에서는 어떻게든 그 상황을 무사히 넘긴다. 원피스에 묻은 얼룩은 스카프로 감추고, 돈이 없는 상황에서 꽃집 아저씨에게 샌드위치로 대신 값을 치룬다. 도라가 발을 동동 구를 때마다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게다가 도라는 어디론가로 가고 있는데, 마지막에서야 결국 도라가 어디로 가는지 밝혀진다. 도라의 여정을 살펴보면서 어디로 가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열 페이지 남짓한 책에서 각 페이지마다 다음 페이지를 궁금하게 만들다니!
책 먹는 여우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에서도 그림들이 재미있다. 마구 흩어져 있는 물건들, 거리의 풍경과 활짝 웃고 있는 꽃들처럼 뭔가 정돈되지 않은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신나는 부분에는 글자체도 정돈되어있지 않아서 마치 그림처럼 여겨진다. 어릴 때의 딱딱한 활자체의 동화책을 읽던 것을 생각하면 감개무량할 정도이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라도 위기의 상황을 재치있게 넘어가고서 음음 역시 난 똑똑하다니까! 하고 외치는 귀여운 도라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