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 개정판
김훈 지음, 문봉선 그림 / 학고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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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훈의 남한산성은 제목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병자년에 청의 침입을 받은 당시의 조선을 그리고 있다. 그 때 조선의 왕은 인조인데,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하는 길을 선택하고 결국 삼전도에서 치욕적으로 항복을 하게 된다. 작가는 왕이 피신하기 전후의 상황들을 얘기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 때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와 가치관 등을 묘사하는 것을 통해 각 등장인물들이 걷는, 즉 선택한 길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이러한 자세한 설명을 듣다보면, 선택의 무게와 책임에 대한 생각을 안 해볼 수가 없게 된다.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 책에서도 인물들은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각자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감당하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하는 것을 선택했고, 김류는 선택하지 않는 것을, 최명길은 어떻게든 사는것을, 그리고 김상헌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을 선택했다. 극천 출신인 서날쇠와 정명수 역시 각자 다른 선택을 하는데 서날쇠는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사는 것을, 정명수는 적개심을 기반으로 사는 것을 선택했다. 이러한 인물들의 선택들과 그 선택으로 일어난 결과들, 또 그 결과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면 질문 하나를 할 수 있다. 바로 이 선택은 옳은 선택일까?’이다. 선과 악이 분명한 행동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기가 쉽다. 하지만 김상헌이나 최명길과 같은 경우는 어떨까? 아마 대부분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더 나아가서 그들의 선택이 잘못된 것인지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추구하는 신념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제삼자보다는 선택을 한 자신만이 분명하게 답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맞는 선택이었는지는 선택의 결과를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나는 이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아성찰을 하고, 이런 자아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깨우침과 성장을 위해서는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신 없는 행동은 상대적으로 행동으로서의 의미가 떨어지게 된다. 이 행동은 어차피 내 생각과는 무관하다고 여겨지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합리화를 유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김류는 본인의 생각을 말하고 실천하기 보다는, 위에서 말했듯이 선택하지 않음을 선택함으로써 본인의 소신을 감춘다. 김류는 이렇게 시세를 타는 행동을 통해 오래 살지언정 진정 살아가는 느낌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김류의 행동은 직장 등에서 잘못된 말에도 반박을 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이런 행동들을 무작정 비판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행동들은 본인 나름대로의 살기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인들이 직장에서 느끼는 무기력함과 같은 감정들은 이렇게 자신의 소신이 없어지는 상황들의 반복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삶의 정의는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삶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정의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김류 보다는 김상헌처럼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만족도가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념대로 행동하고, 잘못을 하고 그것에 대한 성찰을 하며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면서 살아간다면 적어도 인생에서 마음과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오는 무기력함은 겪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모두 본인의 신념대로 움직인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있을 것이다. 그런 두려움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정확히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에서 오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정확히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조 역시 삼전도에서 절을 세 번 하는 상황은 예상 못 했을 것이다. 다만 인조는 선택의 결과를, 즉 치욕을 감당할 마음이 있었고, 책에서 나왔듯이 당면한 일을 당면해낸다. 우리도 이처럼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일 용기를 가진다면, 혹은 잘못된 선택을 할 용기를 가진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라도 잘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두에게 틀려도 된다는 용기를 가지고 김상헌처럼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끝으로 신은 가벼운 죽음으로 무거운 삶을 지탱하려 하옵니다.”라고 울먹이던 김상헌의 말을 되새기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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