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 가구 일러스트 도감
D. Guilmard 지음, 이지은 감수 / 루아르북스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소설 속 배경을 보다 생동감 있게 만드는 마법 <19세기 프랑스 가구 일러스트 도감>

로맨스 판타지 작가로서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되는 유럽의 19세기. 그 시대 사람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뭘 입고 먹고 즐겼는지 알아야만 보다 생동감 넘치는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힘든 건 배경 묘사. 이런 건 그 시대 영화나 드라마를 참고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주인공이 어떤 침대에 눕는지, 어떤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지 세세하게 그 명칭을 말해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기껏해야 쓸 수 있는 건 “남주가 휘장을 친 침대로 다가갔다.” “여주가 소파에 늘어지듯 앉았다.” 같은 단순한 문장뿐. 그런 문장들이 반복되다 보면 내가 쓰는 소설 속 배경이 19세기 유럽인지 21세기 대한민국인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그런 내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책 <19세기 프랑스 가구 일러스트 도감>. 1800년대 프랑스 고서를 훌륭하게 복원해 낸 이 책은 무려 700페이지 분량으로, 당대 가구의 컬러 일러스트 및 명칭이 소개 돼 있다. 책을 한 장씩 넘기다보면 마치 19세기 유럽 귀족가의 저택에 초대된 기분이다. 책 속 가구가 말을 걸어오는 느낌? 보고만 있어도 영감이 마구 떠오른다. 

일러스트가 너무 섬세해서 굳이 그 시대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지 않아도 눈에 그리듯 묘사할 수 있고, 어렵기만 했던 명칭도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시원하게 알려준다. 19세기 서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준비하는 창작자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창작자들에 대한 배려도 돋보인다. 아무래도 자료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보단 필요한 부분만 그때 그때 쏙쏙 골라서 읽기 때문에…. ‘일러두기’ ‘인덱스’ 같은 항목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게다가 감수는 무려 이지은 작가님! 이분은 이 분야에 있어선 그야말로 전문가 중에 전문가다. 국내에 웹소설 붐이 일어 이런 자료집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미술사학 및 장식미술 전문가로서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책을 집필한 분이니까. 

사실 요 몇년 간 여러 온라인 서점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전전하며 중세, 혹은 근대의 유럽 관련 자료책들을 사모았다. 그런데 국내에 로맨스 판타지 장르가 자리잡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까? 생각보다 입맛에 딱 맞는 자료책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국내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구매한 건 복불복이 심했다. 이미지가 깨져버린 조악한 인쇄, 매끄럽지 못한 번역, 끝없이 미뤄지는 배송…. 기존 광고와 너무 다른 책의 퀄리티 때문에 마음 고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책도 처음엔 제목만 보고 그런 책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는데 대형 서점에서 판매되는 출판사 책에 감수는 이지은 작가님인 걸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믿을 수 있는 보증수표를 받은 느낌? 이런 책을 집에서 인터넷 클릭 한 번으로 받아보는 날이 오다니…. 로맨스 판타지 작가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출판사가 생겼으면 하고 계속 바랐는데, 드디어 그 꿈이 이뤄진 것 같아 기쁘다. 


책은 19세기 침대부터 카나페, 화장대, 테이블, 벽난로에 이르는 수많은 가구를 꼼꼼히, 자세하게 설명해 주다가 마지막 장에서는 저택 가구 배치도까지 소개해 준다.
앞에서 소개된 가구들이 실제로 어디에, 어떤 식으로 놓였는지가 일러스트를 통해 굉장히 직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작품 집필 시 여러모로 상상하기에도 편리하고, 주인공의 동선을 고려하여 묘사하기에도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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