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비행기 동화는 내 친구 40
사토 사토루 지음,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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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 논장에서 출간한 [할머니의 비행기]는 일본 작가 사토 사토루가 글을 쓰고, 무라카미 쓰토무가 그림을 그렸다.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고, 그림이 시선을 끈다. 이 책은 4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 온 사토루와 쓰토무 콤비의 대표 유년 동화라고 한다. 뜨개질의 명수인 할머니가 하늘을 나는 천으로 짠 비행기를 타고 손자가 사는 도시에 다녀오는 이야기로 읽는 내내 할머니를 응원하며 두 손에 땀을 쥐기도 했다. 이것이 상상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 속에 푹 빠져 할머니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여행한 듯한 기분도 든다.


시골 작은 마을 변두리의 작은 집에 사는 할머니는 뜨개질의 명수이다. 무엇이든 떠드린다는 글판이 마당 입구 동백나무 가지에 걸려 있다. 뜨개질 솜씨가 아주 좋아 가까운 도시 사람들이 뜨개질 부탁을 많이 하고, 워낙 뜨개질을 좋아하는 할머니는 뜨갯거리가 아무리 많아도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한다. 이런 할머니에게도 봄이 오고 따뜻한 바람이 불면 한가한 시간이 찾아온다.

산 너머 큰 항구 도시에 사는 손자 다쓰오의 편지와, 혼자 사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의 편지를 읽은 할머니는 문득 다쓰오가 보고 싶어진다.


어느 날 사르르 날아온 나비를 보고 나비 날개를 돋보기로 살펴본 후 오랜 시간 노력 끝에 나비의 날개 무늬를 뜨기 시작한 할머니에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대바늘 두 개가 꽂힌 뜨개천이 공중으로 떠올라 하느작하느작 움직이고, 급기야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 생각을 한 할머니는 비행기 뼈대부터 만들기 시작한다. 힘든 과정 과정을 겪어내며 세모난 커다란 날개 한 쌍을 만들어 날아가지 않게 단단히 묶어 두고, 모두가 잠든 보름날 밤에 비행기 뼈대에 날개를 달인 띄울 생각에 할머니는 한껏 기대에 부푼다.


드디어 다쓰오에게 잊고 있었던 답장을 쓰고, 기다리던 보름날 비행기를 띄우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커다란 나비 같은 신기한 비행기를 타고 높은 하늘 위로 떠오른 할머니는 흔들흔들 바람에 실려 다쓰오네 동네로 방향을 바꿔 모험을 시작한다. 밧줄을 이용해 비행기를 몰며, 밭을 지나고 숲을 가로지르고, 넓은 강도 건넌다. 이 얼마나 흥분되고, 가슴 뛰는 비행인가 싶다. 보고 싶은 손자가 사는 커다란 항구 도시에 도착해 몇 바퀴나 돈 할머니는 조용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풍경에 이곳에서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로 비행기의 방향을 돌린다.


비행기를 착륙시키기 위해 고민하다가 털실을 풀기 시작한 할머니는 웃음보를 터뜨린다. 조심조심 털실을 풀어 나가 마침내 마당에 내려선 할머니는 털실을 모조리 풀어 털실 뭉치에 감아버린다. 할머니가 만든 비행기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 난다. 털실 비행기를 타고 보름달이 뜬 밤하늘을 나는 일은 정말로 즐거웠지만, 너무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할머니는 또다시 하늘을 날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시골집을 정리하고 다쓰오네 가족과 함께 살게 된 할머니는 다쓰오에게만은 하늘을 난 이야기를 해주지만, 다쓰오는 믿지 못하는 눈치이다.


할머니가 다쓰오네 가족과 함께 살 것에 대한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과정과 시간을 털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 잠시 여행함으로써 그 결정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다. 지금까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능숙하게 해내며 살아온 할머니가 이제는 다른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살아가게 되는 가족애를 보여준다.

고령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쁨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더 큰 기쁨을 할머니를 통해 잘 표현해 주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정을 보여주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전의식과 배움의 자세를 느끼게 해준다. 특히 다쓰오 가족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할머니의 결정과 선택에서는 양보와 순응의 아름다운 마음이 읽힌다. 그림은 흑백 속에 중간중간 컬러를 넣어 돋보이고, 할머니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표정까지 세밀하게 표현하여 글의 내용과 조화를 이룬다.

할머니의 특별하고 소중한 여행 속으로 들어가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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