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가족 탄생기 두바퀴 고학년 책읽기
황종금 지음, 이영림 그림 / 파란자전거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 파란자전거에서 출간한 <수리 가족 탄생기>는 황종금 작가가 글을 쓰고, 이영림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딸아이가 세 번이나 읽고 재미있다며 엄마도 빨리 읽어보라고 한 책이니만큼 기대를 안고 들어가 보았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이야기는 열두 살 수리가 풀어나간다. 저자가 몇 해 전 방과 후 수업에서 만난 한 아이를 모티브로 하여 주인공 캐릭터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덧붙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야기 속에는 사회적 편견에 생활고까지 겹친 미혼모와 그 가족의 이야기까지 담겨 있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큰 책이다. 주인공 수리를 비롯해 노랑머리 오빠, 미혼모인 수리 엄마도 가족과 사회의 편견으로 상처가 있지만 당당하게 펼쳐 나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책을 덮는 순간 환한 웃음을 짓게 했다.

스물아홉 살 욕쟁이 엄마와 열두 살 딸 패션디자이너 수리의 리얼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 본다.

총 15가지 소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차례 편에 그려져 있는 의상과 꽃들은 주인공 수리가 그린 그림들이다. 드레스의 소재는 꽃 들이다. 사인펜으로 그려진 심플하지만 세련미가 돋보이는 디자인의 옷들을 보니 이야기의 주소재가 될 것을 예상하게 됐다.

수리는 어렸을 적 보육원에서 머물렀다. 고등학생 때 수리를 낳았던 엄마는 미혼모이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다세대 반지하 월셋방을 얻어 수리가 여섯 살 되던 해에 보육원에서 데리고 나와 생활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지각이 잦은 수리는 엄마의 케어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내고 있는 모습들은 딸을 키우는 나에겐 마음까지 찡해졌다.

등장인물 중 노랑머리 오빠는 수리 엄마와 동갑인 피자가게 배달 일을 하는 청년이다. 그는 수리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캐릭터 매직펜을 선물하게 되는데 이 매직펜은 수리에게 정말 매직을 선물하게 된다.

매직펜으로 그려내는 수리의 그림들은 힘든 수리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수리를 돋보이게 하는 선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수리가 '드레스 콘테스트'에까지 작품을 출전하게 되는데 정말 매직같은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수리는 매직펜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고, 실내화에 매직펜으로 그린 꽃그림 덕분으로 예림이라는 친구까지 사귀게 된다. 혼자였던 수리에게 예림이는 편견 없이 수리를 받아주고 응원하며 수리 편이 되어 도움을 주는 친구이다. 엄마의 익숙한 술 주정과 욕들 속에서 수리가 만나게 되는 노랑머리 오빠, 예림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멋진 존재들이기에 이야기 속에서 웃음 짓게 만드는 조연들이었다.

수리 엄마의 과거사도 조명되며 수리의 외가댁 방문을 통해 부모의 마음을 읽어볼 수 있다. 각자의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책 한 권 속에 다양한 시선의 감정들을 세심하게 다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부모 곁을 떠나 생활전선에 뛰어든 수리 엄마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고, 부모의 입장 또한 이해가 됐다. 어쩔 수 없이 사랑보다는 조건을 보고 사람을 만나게 되는 수리 엄마와, 수리 엄마를 사랑하는 노랑머리 오빠와의 사이에서 수리가 대회에 뽑혀 시상하는 날이 수리 엄마 상견례 날짜와 겹치면서 이야기의 막바지에 오게 된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에필로그에서는 오픈 엔딩을 보여준다.

"수리야, 내 딸이 되어 줄래?"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만 수리 엄마와 노랑머리 오빠, 그리고 수리의 이야기의 엔딩은 나에게는 해피엔딩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고, 딸아이가 세 번을 읽고도 오늘도 또다시 펼쳐보는 '수리 가족 탄생기'는 두고두고 볼 것 같은 명작이다. 특히 출판사 파란자전거의 고학년 창작동화는 평화, 인권, 교육, 환경 등 우리 사회가 품은 다양한 문제들을 더 깊고 더 넓게 보여 줌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역량을 높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