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와 나누는 철학 이야기 1 : 인식 - 이 세상에서 평생이란 얼마나 긴 걸까? 우리 아이와 나누는 철학 이야기 1
저우궈핑 지음, 마샤오더 그림, 박지수 옮김 / 성안당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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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아이와 나누는 철학 이야기

글 | 저우궈핑
그림 | 마샤오더, 구이투즈 
역자 |  박지수
출판 |  성안당



출판사 성안당에서 출간한 <우리 아이와 나누는 철학 이야기>시리즈는 총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인 저우궈핑이 어릴 때부터 딸 주주와 나눴던 다양한 대화 내용을 토대로 어린 시절 누구나 궁금해하는 명제뿐만 아니라 인식, 심미, 생명, 사랑 등 깊은 주제까지 아우르는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이다. 특히 삽입된 삽화가 수채화 형태로 색감 자체도 은은하면서 편안함을 주고,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 아름답고 다양한 그림들이어서 읽고 보는 내내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다. 특히 아이와 나누는 철학 이야기이니만큼 저자와 주주의 경험, 대화가 많은 철학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에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생각해볼 수 있기에 더 의미 있는 책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저자와 딸 주주가 나눴던 대화가 중점이다 보니, 수필 형태의 어린이 도서이기도 하다. 철학이라는 주제가 어렵고 생소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인생의 기본에는 늘 철학적인 요소가 깔려있지 않나 싶다. 특히 어렸을 적 느낀 수많은 감정들을 부모가 대화를 통해 표현하도록 도와주고 지지해 준 저자가 딸 주주에게 준 영향력은 주주가 성장하는 데 큰 버팀목과 거름이 되어 줄 것 같다.

 

저자는 차 안에서, 식탁에서, 잠들기 전에 부모와 자녀가 나누는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녀의 좋은 습관과 가치관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나아가 자녀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게 될지를 결정짓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난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속담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를 바른 인성과 가치관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부모의 임무라면 그 임무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할 터이기 때문에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무한한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돌보고, 특히 저자의 말처럼 대화의 중요성을 안다면 값진 대화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식
이 세상에서 평생이란 얼마나 긴 걸까?

 

인식편은 '만물이 모두 다 친구예요',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어린아이의 물음', '아이의 말은 참된 지식'으로  구성된다. 어린아이는 선천적으로 물활론자로 모든 만물을 친구로 여기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아이가 질문을 하도록 격려하고 진심을 담아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 이를 통해 아이는 질문과 사색의 장점을 서서히 깨닫게 될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아이는 타고난 철학가이기 때문이다.

 

주주가 발에 모기를 물리자, 모기가 냄새나는 발을 물었다고  한다. 그러고는 모기에 물린 발을 꼭 안아주며 "냄새나는 발아, 그만 울고 코 자자"라고 한다. 아이다운 천진난만한 모습이다. 한창 만들기에 빠져있던 주주는 눈 내리는 모습을 지금 하늘에서 누군가 만들기를 하고 있어서 하얀 종잇조각이 떨어지고 있는 거라고 한다. 눈을 먹어 본 주주는 눈은 하늘의 맛이라고 하는데 구름 맛, 해님 맛, 달님 맛이 다 들어 있는데 눈이 차가운 건 달님 맛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이며 기발한 생각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쏟아내는 표현과  말들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신비하고 신기하고, 감동까지 선물하니 아이들의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고픈 생각이 든다.

 

심미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을까?

 

심미편은 '아이는 타고난 시인', 꿈은 상상력', '유머란 뭘까', '산타클로스의 비밀'로 구성되며, 아빠와 딸이 나누는 '심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 만물을 열심히 관찰하고 천성적으로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동경하는 아이들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고 싶어 한다.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어린아이의 마음을 부모가 인정해주고 잘 간직할 수 있도록 한다면 아이들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생각하며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열 살 딸아이는 작년에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 그래도 어딘가에 산타클로스가 계실거라는 믿음은 변치 않는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오래도록 지속하고픈 우리들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주주가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크리스마스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주는 착하고 신비로운 산타클로스가 가장 큰 매력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존재인 산타클로스를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원하는 선물을 가져다주는 게 너무 신기한 주주는 바쁜 산타클로스도 이해해주는 어린이이다. 주주가 원하는 선물을 준비하지 못함에 깜짝 선물이 없다 말하는 주주는 과연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생명
어른이 된다는 건 뭐지?

 

생명편은 '생명에 대한 근심', '왜 어른이 되어야 하죠', '시간이란 뭘까', '무지개가 되는 것도 좋아요'로 구성된다. 아직 주주가 어리기는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하면서 마음이 우울해지고 머리가 혼잡스럽게 느껴지는데 부모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자녀를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가 말한다. 아이의 정신적 발육과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부모로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본다.

 

엄마는 아빠의 아빠를 설명해 주면서 할아버지가 아파서 천사로 변했는데, 천사로 변한 다음 할아버지 병이 다 나았다고 설명한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할아버지를 시적으로 설명해준 엄마 덕분에 주주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어린 시절 만들어진 순수한 믿음과 시적인 상상력이 주주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사랑과 선한 씨앗을 심어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이들의 밑바탕이 되는 믿음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가 무한한 신뢰감을 주는 것 또한 중요한 것 같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마음과 몸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사랑
아빠 엄마가 왜 좋을까?

 

사랑편은 '내가 무서워하는 건 뭘까', '아빠 엄마가 왜 좋을까?', '부모를 생각하는 기특한 딸', '세상 속 큰 사랑'이라는 큰 제목을 중심으로 소 이야기가 세 편에서 여덟 편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많은 이야기 중 <아빠 엄마가 왜 좋을까?>편은 아빠와 딸이 나누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인생을 이루는 기본적인 요소로 아이가 부모의 삶 속으로 들어오는 건 우연히 일어나는 소중한 만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어린 시절의 자녀에게 진심 어린 사랑과 영혼의 자유를 안겨줌으로써 부모로서 가장 높은 경지인 아이의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의 딸 주주의 이야기는 예측하기 어려운 주주의 생각과 말들을 통해 감동뿐만이 아니라 놀람까지 안겨준다. 여섯 살 아이의 생각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주는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고 말한다. 엄마하고 아빠는 어떻게 결혼했는지라고 여섯 살 무렵 주주가 저자에게 물었다. 저자는 아빠가 엄마한테 주주가 환생하길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결혼하자고 말해서 결혼한 거라고 설명했는데, 주주의 말이 정말 기발하다. 자기가 하늘에서 아빠, 엄마를 내려다보면서 저 사람이 우리 아빠, 저 사람이 우리 엄마가 되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하고 엄마가 결혼한 거라고 말이다. 할머니는 아이를 다섯 명을 나았는데, 다섯 명이 다 같이 모여서 아빠, 엄마를 고른 거냐도 묻는 주주에게 저자는 말문이 막히고 만다. 아이다운 생각과 말들이 성인인 나를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무한한 상상력과 잠재적인 생각들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큰 제목의 이야기가 끝나면 저자가 부모님들에게 전하는 말로 마무리가 된다. 부모가 된다는 건 그만큼 부모로서 갖춰야 할 요건들이 있을 것이다. 친구 같은 부모가 되려면 아이도 부모를 친구로 받아들여야 하고,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사회학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게 되는데, 정신적 품격이 갖춰졌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부모와 자식 간에 친구 같은 관계가 점진적으로 형성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친구 같은 관계에는 두 가지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는데, 바로 독립성과 평등으로 친구 같은 부모가 되기 위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을 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지혜와 마음을 나누는 아빠와 딸의 진심 어린 대화로 부모와 아이 사이의 사랑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줄 해답서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소중한 아이들의 정신적 밑거름이 되는 아동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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