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다림 청소년 문학
차오원쉬엔 지음, 양태은 옮김 / 다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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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 출판사에서 출간한 <바다소>는 중국 작가 차오원쉬엔의 소설집으로 그는 현재 베이징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단편 소설 네 편이 수록되어 있다. '빨간 호리병박', '바다소', '미꾸라지', '아추' 가 각각의 다른 느낌의 감동을 선물하는 이야기 제목이다. 작가 차오원쉬엔이 그려 내는 중국의 농촌 풍경은 물빛이 가득한 세상으로 갈대숲으로 둘러싸인 큰 강과 물결치는 논이 펼쳐쳐 있다. 새벽이면 마을 전체가 강 안개에 휩싸이고, 봄에도 거센 비의 장막이 온 세상을 뒤덮는데, 차오원쉬엔이 자신의 고향 풍경을 작품에 담았기 때문이라고 옮긴이는 말한다. 작가 자신이 경험하고 접해 온 환경이 글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는 이런 물빛 가득한 중국의 시골 마을에서 자라난 이들의 성장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냈고,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소설 네 편 모두 물빛 세상을 배경으로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 한참 성장기인 학생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충분하다. 각각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다른 색깔을 내기에 한 편 한 편의 소설이 내는 색이 다르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된 이야기로 각 각의 주인공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들어가 본다.

빨간 호리병박

 

이야기는 주인공 소녀 뉴뉴와 완이라는 소년의 우정을 다룬 작품으로 성인의 사랑과는 다른 우정과 설렘, 믿음, 상처, 외로움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뉴뉴는 큰 강을 가운데 두고 완의 집과 마주 보고 있다. 완은 아버지가 사기죄로 감옥에 있다는 사실로 주변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받지만, 뉴뉴는 완이 사기꾼의 아들이라는 사실보다는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완의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 처음에는 무관심한 척 서로를 몰래 살펴보지만,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소설의 제목에 등장하는 빨간 호리병박은 완이 수영을 할 때 튜브 대용으로 사용하는 도구이다. 완에게 수영을 배우게 되는 뉴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완과의 우정을 쌓는 데 여념이 없다.
완은 뉴뉴에게 수영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기 위해 강 한가운데에서 뉴뉴가 가지고 있던 호리병박을 낚아채고, 두려움으로 가득 찬 뉴뉴는 완과 멀어지게 된다. 완은 그들의 비밀 장소였던 강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을 불사르고, 그들은 서로를 찾기 않게 된다.
뉴뉴는 완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게 되어 완을 찾지만, 완은 먼 곳으로 이사를 갔고 뉴뉴가 갈대숲에 걸려 있던 빨란 호리병박을 강가에 풀어 놓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작가는 처음에는 무심한 듯 지켜보기만 했던 그들이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냈으며, 서로의 마음이 통할 수 있는 강물 속에서 이루어지는 시간들이 너무나 서정적이고 아름답기만 하다. 단숨에 강가의 매력에 빠진 뉴뉴는 완의 소중한 친구가 됐지만 완을 오해하여 사이가 멀어지게 된 부분은 마음이 아프다. 완이 느꼈을 외로움과 사회적 편견은 내가 완의 입장이 되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에 그 상황이 안타까웠다. 
강이라는 공간은 뉴뉴와 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소중한 친구가 되는 중요한 곳인 동시에 한순간의 오해로 마음의 상처를 완에게 준 것이 미안한 뉴뉴가 호리병박을 띄워 보내는 마음의 장소이다. 그들의 추억이 시려있는 흐르는 강가의 모습과 뉴뉴와 완이 아직도 호리병박을 허리춤에 차고 수영을 하고 있는 듯한 상상에 빠지게 된다.

바다소

 

<바다소>는 어려움을 헤치고 나가는 소년의 용기를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열다섯 살의 소년은 눈이 안 보이는 할머니와 살아간다. 소년은 짊어져야 할 생활의 책임으로 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바다소를 사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소년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일이지만 소년은 천진난만하던 소년 시절을 거쳐 열정, 환상, 모험, 용맹, 도전 정신과 수많은 꿈을 감당할 수 있는 청년 시절로 접어들고 있다. 그가 거칠고 강인한 바다소를 사서 돌아오는 길을 시간적으로 이야기해주는데, 그 시간 동안 소년은 바다소를 정복하려 하고, 바다소는 정복당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힘든 상황을 극복해 나간다. 소년 자신에게 벅차기만 한 바다소와 다투고 겨루고 지치기를 지속하며 갈등하고 선택하는 소년의 심리는 힘든 일에 부딪쳤을 때 만나게 되는 심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힘든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소년의 의지와 용기를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바다소는 소년이 살고 있는 농촌 마을에서 힘이 약한 흙탕 물소와는 달리 힘이 세고 일을 잘하기 때문에 더 귀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소년이 바다소를 좋아하는 이유는 거친 성격을 지닌 자존심이 강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소년과 바다소를 맞이하는 순간 독자의 마음도 함께 성장한 듯하다.

열다섯 살이라는 나이는 어린이와 청년을 사이에 둔 시간으로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소년이 겪고 있는 상황들은 요즘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런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헤쳐나가는 과정에게 겪게 되는 배고픔, 추위, 공포, 바다소와의 끊임없는 싸움 속에서 어쩌면 그는 훌쩍 성장한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소년에게 마음을 내어주고, 소년이 비를 맞지 않도록 밤새 지붕 노릇을 해 준 바다소는 소년의 영원한 친구가 된 듯하다. 손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소년의 할머니와 소년의 해후 장면에서는 할머니의 눈물처럼 독자 또한 기쁨의 눈물을 흘린 소설이다.

미꾸라지

 

<미꾸라지>는 나와 다른 처지에 있는 친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다룬 작품으로 스진쯔와 싼류는 서로 친구이지만 성격과 생김새가 정반대인 스진쯔는 싼류를 무시한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물이 가득 찬 논에서 '카'라는 도구로 미꾸라지를 잡는 두 친구는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는 두 친구가 같은 공간에서 펼쳐내는 이야기는 엎치락뒤치락 서로를 예의주시하지만 결국은 스진쯔가 싼류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며 마음을 열어간다.
이 시기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친구 간의 갈등인 것 같다. 스진쯔는 싼류보다 덩치도 크고 미꾸라지도 더 잘 잡지만 싼류에 대해서는 양보 없이 관계를 이어 나간다.
작은 사회생활을 경험하게 되는 아동기, 청소년기에 동성인 친구 간에 느낄 수 있는 오묘한 감정싸움, 자존심 등은 서로 떼어놓을 수 있는 중요한 감정이기도 하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직은 서투른 두 아이들은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며 감정을 공유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우정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감정 표현이 서투른 스진쯔와 싼류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는 다름 아닌 과부 완이다. 사실 완이 싼류를 보살피는 모습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온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 같다. 부모 없는 싼류에게 보호자 역할을 하는 완은 싼류가 잡아 온 미꾸라지를 시장에 팔고, 싼류는 그 시간 동안 완이 키우는 오리를 돌본다. 스진쯔와 싼류의 우정이 생겨날 즈음 싼류는 완과 함께 마을을 떠나게 되고, 둘은 이별하게 된다. 애잔하게 느껴지는 이 이야기는 또래 친구들 간에 서로 친해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닮아가는 과정을 통해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세상을 향해 하나하나씩 알아가고 성장해가는 스진쯔와 싼류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추

 

<아추>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외롭고 혹독한 성장기를 보낸 소년의 이야기로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에 남는 이야기이다. 흔히 말하는 문제아인 아추는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고,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아추가 문제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면 아추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아추의 상처는 너무나 커서 걷잡을 수가 없는데, 그 상처를 들여다 봐줄 주변 인물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작가는 아추의 입장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우리는 아추를 단순히 문제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깊은 상처를 가진 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의 무관심은 아추로 하여금 점점 더 불량한 소년이 되도록 그의 행동과 말이 외로움에서 온다는 걸 알고 변화의 여지가 없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아추에게 괴롭힘을 당해오던 다거우도 아추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위급한 상황 속에서 다거우를 돌보다가 사라지게 된다. 오픈 엔딩의 <아추>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이 아추를 찾는 외침 속에서 끝을 맺는데, 아추를 찾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아추가 힘든 고난의 상황 속에서 깨닫게 된 것이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마음이 다거우에게 전해져 사람들이 아추에 대해 생각했던 편견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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