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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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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가을이다. 

바람 선선해지고 하늘 푸르르고 마음도 괜히 싱숭.. 

떠나고 싶어지는 가을.. 

그런데 가을의 여행은 확실히 봄이나 여름의 여행과는 좀 차이가 있다. 

마냥 신나고 푸릇푸릇 하기보단 

어딘가 좀 정적인 느낌이랄까?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고 싶어진다.


그래서 올 가을에 한번 다녀와야지 했던 곳이 충북 영월이었다.

어린 왕, 슬픈 왕, 단종이 잠든 곳.. 청령포에 가보고 싶었더랬다.


운 좋게 가제본 편을 구해 읽은 

유홍준 쌤의 <나의 유산답사기> 남한강편에도 이 영월 이야기가 실려있다.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되고 영월 청령포로 귀향 보내진 게, 17살 무렵..

육지 속의 섬을,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이 곳을,

유홍준 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도 청령포로 들어가자면 나룻배로 건너갈 수밖에 없다.

선착장 언덕에서 청령포를 바라보면 발 아래로는 비단결처럼 고운 초록빛 강물이 휘돌아가고

강 건너 넓은 모래톱 너머로는 동그만 솔밭이 먼 산을 배경을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물이 얼마나 맑았으면 이름조차 맑을 청, 물맑을 령, 청령포라 했겠는가.

단종의 애처로운 역사만 아니라면 그 풍광 수려함에 이끌러 아름답다는 찬사가 절로 

나올 만한 곳이다. 유적지가 아니라고 해도 건너가보고 싶고, 나룻배가 없다면 조각배라도

얻어 타 가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어난다 - p.73] 


[단종의 자규시는 정말로 애처롭다. 


한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에서 나와

외로운 그림자로 푸른 숲에 깃들었다

밤마다 억지로 잠들려 하나 잠 이루지 못하고

해마다 한스러움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원한은 끝나지 않았네


자규 울음 끊어진 새벽 멧부리에 조각달만 밝은데

피를 뿌린 것 같은 골짜기에는 붉은 꽃이 지네

하늘은 귀머거린가 아직도 애끓는 나의 호소를 듣지 못하고


어이하여 수심 많은 이 사람 귀만 밝게 했는가 - p.80]


어이하여 수심 많은 이 사람 귀만 밝게 했는가....

몇백년 전 단종의 우울함, 두려움, 한스러움이 한자 한자 묻어나는 듯 하다. 


그리고 책은 단종의 죽음과 시신 수습, 이후 다시 단종으로 복원되기까지의 

과정 과정을 눈에 보이는 듯 세세하게 그리고 있다. 


정릉편에는 단종의 부인 정순왕후의 이야기도 나온다. 

조선왕조 역사상 불운했던 여인 베스트 5 안에는 들 법한 여인,

단종이 못 다한 생까지 누려선지 외롭게 장수한 여인... 


책을 읽으면서 그저 서울 남쪽이라고만 생각했던 

남한강을 따라 이토록 많은 역사와 장소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가을 바람 따라, 영월을 시작으로... 

돌고도는 남한강 순례, 답사여행에 나서볼 생각이다. 

당연히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8 - 남한강편>을 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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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말하다 - 폴오스터와의 대화
폴 오스터 지음, 제임스 M. 허치슨 엮음, 심혜경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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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오스터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아주 오래 전 <달의 궁전>이 처음이었다. 

그때 그 책을 어떤 이유로 집어들었는지는 기억이 전혀 없다. 

그 책을 읽고 정말 오랜만에 책읽는 즐거움을 느꼈었다는 기억 밖에. 

그 이후로 폴 오스터의 책은 거의 빼놓지 않고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책은 <달의 궁전>. 

누구는 <뉴욕3부작>을, 누구는 <공중곡예사>를, 

누구는 <브루클린 풍자극>을 최고로 꼽지만 

<달의 궁전>을 읽던 경험이 가장 강렬했고 생생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작가와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 속의 인물과

내가 만나는 경험인 것 같다. 그러면서 아 '이 작가는 나랑 통하는구나'

'이 작가는 나랑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는 느낌이 들면서

아는 사람이 되고 친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글쓰기를 말하다 : 폴 오스터와의 대화>는 

그의 인터뷰를 모아둔 책인만큼 

작가로서의 폴 오스터, 인간으로서의 폴 오스터를 

좀 더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미 <작가란 무엇인가> 에서 접한 내용도 있었지만 

그것의 확장편이라고나 할까...


"글을 쓰고 있지 않을 때의 나는 무기력한 존재입니다. 

글을 쓰는 일이 내게 대단한 즐거움을 주어서가 아닙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상태가 더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내게 있어서 글쓰기란 자유의지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닙니다.

생존의 문제인거죠. 이미지들이 내 안에서 아우성치며 떠오르고

시간이 지나면 그것 때문에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선택의 여지는 없지만 그것을 껴안을 수는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받기 시작하죠.

그러한 일련의 시달림 끝에 한권의 책이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비밀 때문에 생기는 고통을 다소나마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위라고 봅니다. 감추어진 기억, 트라우마, 어린 시절의 깊은 상처들 ...

우리 자신의 손이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이런 부분에서부터

소설이 시작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왜 쓰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이 같은 그의 대답을 읽어 나가며  

나 역시 '그가 왜 좋은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늘어났다.

폴 오스터에 대해 지고지순할 정도의 애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그저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서, 그의 소설이 재미있어서라기보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체득한 생생한 경험과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진

단단하고도 엄격한 사람이, 그 단단함을 이야기로 부드럽게 조형해내기 때문.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 책을 통해 '작가 폴오스터'보다 '인간 폴오스터'가 더 좋아졌다.


그래서 이 책에도 등장하는 한 팬과의 만남처럼, 
브룩클린의 한 카페에서 우연히 폴 오스터와 마주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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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이 역시~ ^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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