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한성희 지음 / 갤리온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심리학에 관심이 많고, 커서도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이 책도 사실 '심리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있는 것을 보고 처음 고르게 된 책이다. 그러나 다 읽은 후에는, 간간히 등장한 심리학 용어보다도 어찌보면 당연하고 진부한 이야기들이 참 가슴속에, 머릿속에 깊이 남는 책이었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는 33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수없이 다양한 인생 문제들을 상담해 온 저자가 30살이 되어 결혼을 하겠다며 외국으로 떠나가는 딸에게 그동안의 삶의 교훈을 토대로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사실 꽤 나이가 든 사람이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으려는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주고자 하는 삶의 지침이나 교훈 등을 담은 책은 수도 없이 많고 나도 몇 권 읽어봤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엄마와 많이 부딪히는 요즘 '어머니의 입장에서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는 소개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많은 위안을 받으며 읽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소제목을 꼽아보자면 <누군가 너를 시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베풀 게 많다는 뜻이다>이다. 19년, 아직은 짧지만 그래도 나름 결코 순탄치 않게 지나온 시간들 중 인간관계 때문에 가장 힘이 든 시기를 꼽아보자면 바로 요즘, 고등학교 때일 것이다. 갈수록 조건 없이 친해져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지고, 눈치를 봐야 할 사람은 늘고 심지어 나와 아무런 교점이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나를 미워하는 바람에 어이없게 힘들었던 것도 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겪은 일들이다. 특히 특정한 이유 없이도 나를 굳이 콕 집어 미워하고 험담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더 커서 사회에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그런 나에게 이 부분에서 저자가 전하는 말은 정말로 마음 깊숙이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을 읽고, 눈에 확실히 보이진 않더라도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중에 일부는 아마 모자란 나라도 그 사람이 갖지 못한 부분을 가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물론 조금 억울할 때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낮추기로 했다. 내가 감사하게도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기에 받는 시기라면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더 남을 배려하고 뒤로 물러서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큰 노력과 힘이 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용기가 필요한 결심을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또한 나부터도 다른 사람을 은연중에라도 시기하고 미워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반성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이 난 사람은 고민이 많은 친구, 싸워서 사이가 안좋은 친구, 나를 미워하는 누군가보다도 바로 우리 엄마였다. 우리 엄마도 이렇게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테니까. 그리고 우리 엄마도, 그동안 내가 잘 몰랐지만 어쩌면 여린 마음으로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을 한 명의 여자이자 누군가의 딸일 테니까. 결론은, 엄마를 비롯한 세상 많은 딸들에게 정말이지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세상은 변함없이 힘들고 벅차겠지만, 그래도 이 세상을 기쁘게 사랑하고 살아가며 따뜻함으로 채워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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