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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로 ㅣ 보림문학선 6
나스 마사모토 지음, 이경옥 옮김 / 보림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어린이용 소설을 읽은 것은 많지 않지만 <우리는 바다로> 라는 이 작품은 상당히 잘 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동화나 소설들은 제재에서부터 주제까지 상당히 틀에 박힐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교육적 효과가 우선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내용에서는 박약한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에서는 일단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이 소설을 직접 다루기에 앞서 내용의 배경이 되는 일본의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품 해설에도 나오듯이 이 소설은 1980년에 일본에서 발간된 작품(p.302)이다. 사립중학교 시험 후 입학이나 학교에 수영수업이 있는 것 등은 우리와 비교하면 상당히 차이점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이 작품에서도 중요한 모티브로서 나타난다.
실제로 작품 속 육영학원 주인공(4명)들은 국공립이 아닌 명문 사립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시험에 몰린 학생들이고 그들이 출구로서 선택한 것이 배와 바다였던 것이다. 또한 수영 수업도 우리의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일본에서는 상당히 보편화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반 대항 수영대회도 낯선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내용에서 보면 주어진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출구로서 바다라는 다분히 상투적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실제로 큰 줄거리는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 구조가 단순히 그것 하나로만 된 것이 아니기에 이야기의 단순함에서 일어나는 지루함을 느껴지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등장인물의 성격이다. 육영학원에 다니는 4명과 태풍이 몰아치는 날 배를 지키기 위해 나갔다가 죽은 다다 시로 그리고 야스히코와 시게오라는 인물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시로 죽기 전까지 대부분 같이 협동하여 배를 만들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시로의 죽음 이후 그들의 반응이다. 마사아키는 이러한 위험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원을 그만두고 심지어 친구들과도 거리를 둔다. 이사무는 이사를 가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것이기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실제로 자신이 교장선생님한테 훈계를 듣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야스히코와 시게오는 사고 이후 아무일 없듯이 학교생활로 돌아간다. 그에 반해 사토시와 구니토시라는 인물은 약간 상반된다. 특히 구니토시는 애초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지만 시로의 죽음이후 가슴속 다이너마이트가 터진 것처럼 시호스 3세 호를 완성해서 사토시와 함께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
작품의 해설에서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타락한 어른의 세계’를 감추지 않고 ‘타락한’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p.302)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굳이 타락한 모습이라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사실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이 어린이들의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고 그렇다면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오히려 매우 ‘현실적’으로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내용외적으로 아무래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도서라서 역자의 번역에서의 배려가 눈에 뜨이는 것도 하나의 특징으로 언급하고 싶다. 즉 그들의 입장에서 비교적 어려운 단어나 내용들은 비교적 상세하게 주석을 달아놓고 과감하게 한자를 생략한 것은 독자들을 위한 사소하지만 큰 배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