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 위픽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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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이 현재멈춤형으로 변해 버린 순간.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기 마련이다. 파과에서 투우를 보며 조각의 시작은 어땠을지 떠올렸다. 이 책은 그 마음에 답하듯 킬러로 첫 발을 내딛는 조각의 모습을 담고 있다.

짧은 분량 속에 조각이 방역 대상을 제거하기 전에 끝나지 않는 냉혹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각이 연마해야 했던 혹독한 훈련들과 파과에 나온 류와 조각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킬러가 되기 위한 훈련을 하던 조각이 막바지에 다다라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파과와 파쇄 두 작품 통틀어 가장 인상 깊었다.

결코 무뎌질 수 없는 험한 길을 시작하며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다 드러내는 장면에 한참 동안 머물러있었다. 조각의 마음은 그때 조각나 버린 걸까? 아니면 이미 균열 나버린 마음의 마지막 진동이었을까?

숨기고 감추는 게 능숙한 그가 마음을 억누르고 살아온 나날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된 듯해 어린 조각의 눈물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단단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깨지고 부서지는 #파쇄


▷ P. 10 l 생각은 매 순간 해야 하지만, 생각에 빠지면 죽어

▷ P. 84 l 그녀는 두 개의 손 안에 한 세상을 움켜쥐고 부숴버린다. 세상은 불과 한 번의 총성으로 인해, 짓무른 과일처럼 간단히 부서진다. 그 파열음이 벼락처럼 귓전을 갈기지만 그녀는 소리에 무너지지 않는다. 눈앞이 맵다. 이걸로 그 무엇도 돌이킬 수 없고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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