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문학 선집 1
이미륵 지음, 엄혜숙 옮김, 와이 그림 / 계수나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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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미륵이라고 한다. 10년 전, 드라마 태조 왕건의 궁예(김영철)가 있었다. 그도 자신을 미륵 부처로 자처했는데, 관심법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꽤뚫어 본다는 폭군이었다. 하지만 이는 참된 미륵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불교에서 미륵은 언젠가 인간의 수명이 8만세가 되고 세계가 정토화되면, 세상에 다시 내려오는 미래의 부처님이라고 여긴다. 이미륵씨도 미륵처럼 언젠가 우리나라를 다시 밟을 운명일까?

 

누구나 어린 시절의 추억과 감상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십수년 만에 유년기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거나, 고향의 땅을 다시 밟아볼 때, 끝없이 돌아가는 파노라마 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된다. 이미륵 작가의 압록강은 흐른다는 바로 이와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 당시의 일상생활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년기의 집안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청소년기의 바깥 이야기까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비록 어린 아이의 관점에서 서술되었지만, 작품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절대 가볍다고 볼 수 없다. 정치 논리는 빠졌지만, 그 당시 시대 상황 및 배경은 잘 나타내어 주었다. 한학을 열심히 공부하다가, 사람들이 꺼려하는 신식 학교에 들어갔다. 구식 학문과 신식 학문 사이에서 방황을 하면서 서울 의학전문학교로 진학하였다. 그리고 3·1운동의 참여로 결국에는 독일로 망명길을 떠난다. 비록 자신이 사회를 주도하고 이끌지는 않았지만, 사회에 묻어가면서 당시의 모습을 잘 묘사하였다.

 

원하신다면······”

 

또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눈길이 간다. 당시 이미륵의 어린 시절은 오늘날 우리 사회로 치면, 모든 부모들이 원하는 자식상이다. 물론 칠성과의 싸움으로 인해 아버지께 혼날 때 더 때리라는 반항도 있었고 유럽에 가겠다며 가출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나머지 내용을 고려해 보았을 때, 그저 아주 잠시의 방황이라고 하겠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정에 따르며, 공부도 잘하고, 그리고 효에 있어서도 흠집이 없는 유년 시절의 모습은 오늘날 모든 어머니들이 바라는 엄친아의 모습이다.

 

하지만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기로 가는 모습에서 이미륵의 모습은 떳떳하다고 할 수 없다. 3·1 운동 하는 당일에 피로 누적으로 인해 일어나기가 몹시 힘들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3·1 운동에 늦게 참석하고, 운동에 참여하는 모습도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3·1 운동에 참여하는 것도 자신의 단짝이었던 익원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었다. 물론 목숨을 거는 것일 수도 있기에 그러지 않았겠냐는 생각을 해볼 수 도 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모습과 비교해 볼 때 완전한 자발적 참여라는 데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또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점은 조선 땅에 남겨진 이미륵의 가족들이다. 특히 이미륵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자주 언급하였다. 하지만 이미륵에게는 오직 그만을 바라보는 가족들이 더 있었다. 작품에서 언급은 되지는 않았지만, 이미륵은 1911년 결혼을 해서 독일으로 망명할 당시에는 아들과 딸이 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는 이를 생각해서 독일에서는 평생 독신으로 생활하였다. 그리고 소설이기 때문에, 흐름상 맞지 않아서 이 부분을 삭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자서전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그들의 소리 없는 희생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 물이 이렇게 계속 흐르고 흘러서 언젠가는 고국의 서해안에, 어쩌면 연평도에, 아니면 그리운 송림 포구에 닿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서 물은 유독 생각에 잠기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아버지와 나들이를 나간 추억, 유럽의 꿈을 키운 것 등 어린 시절의 추억은 물과 함께 하였다. 이미륵이 압록강을 건너고, 언덕에 올라 압록강을 바라볼 때와 독일에서 강을 보면서 조국을 생각하던 모습이 있다. 그는 흘러가는 물을 보면서 많은 회상을 한다. 하지만 이는 이미륵 뿐 만 아니라 조국을 떠나 망명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한을 절묘하게 나타내고 것이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우리나라보다 독일에서 더 알려지고 평가받은 작품이다. 지금까지도 독일의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읽히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의 가치는 흠잡을 수 없지만, 독일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발표가 되었다면, 평가가 어떠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신구의 조화가 절묘하게 이루어졌기에 오늘날까지 적지 않은 독자들에게 시간여행을 시켜주는 것이다.

 

작가 이미륵은 독일에서 갑작스러운 병마로 인해 1950320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살아생전에 전공과는 상관없이 저술활동에 전념을 하였다. 이는 고국과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을 위로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작가 이미륵은 이승에 살 때 고국으로 돌아올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흐르는 물이 되어서라도 미륵처럼 언젠가 우리나라 송악 포구로 다시 되돌아오길 바란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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