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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평점 :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를 합격하여 검사 경험이 있는 저자는 현재 법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헌법 강의를 하는 저자는 인권과 관련된 내용을 독자들이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소재들을 통해 인권 문제를 다룬다.
많은 사람들은 '다름'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민망한 신문 광고를 본 적이 있다. SBS에서 방영중인 드라마를 보고 우리 아이들이 동성애자가 되어 AIDS에 걸린다면 책임질거냐는 내용의 신문 광고.
AIDS가 HIV에 의해 감염되어 걸린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알려졌지만 그것이 동성애를 통해 퍼졌을 것이다, 동성애에 대한 신이 내린 천벌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그대로 받아들인 이 광고는 동성애자들뿐만 아니라 AIDS환자들에게도 큰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불편해도 괜찮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불편함'이 바로 '인권'을 이해하는 코드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다수'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불편한' 그 무엇을 가진 '소수'들을 우리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언제나 다수의 입장일 수만은 없고, 소수건 다수건 우리 모두가 귀한 사람이기 때문에..
법대 교수답게 조금 시니컬한 그의 모든 문장들 가운데서 발견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던 문장. '한 사람은 온 우주보다 귀하다'는 문장. 그의 시니컬한 문장들 속에서 조금은 튀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그 모든 문장을 압축하는, 아마도 이 책의 주제가 될만한 문장이 아닐까?
우리가 불편해 하는 것들...
청소년의 생각, 동성애, 여성, 장애인, 노동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 인종에 대한 차별, 그리고 검열과 표현의 자유, 마지막으로 가장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 제노사이드, 혹은 전쟁.
예컨대 청소년, 그들을 '완전한 한 인간'으로 볼 것인가, 어리기 때문에 '불완전한 한 인간'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 그러나 사실 신이 인간을 만들었을 때 태어날 때 부터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의 인권은 보호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어린 그들을 가르쳐야 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인정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굳이 소수자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할 필요는 사실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는 그 불편함 자체를 인정하고, '돕는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우리가 각자 다 다른 생각을 가졌음에 대해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다 다른 생각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해야 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즉, KKK처럼 색깔이 있는(?) 사람들은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까지 인정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게 되었으면 좋겠고, 특히 학생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내가 생각해 왔던 것들도 많이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점, 그리고 알고는 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좀 더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될 것 같아 나에게는 오랜만에 가뭄에 단비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