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섬 아저씨 - 아제세이 ajaes-say
정윤섭 지음 / 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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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섬 아저씨 (아제세이), 출판사핌,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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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동안 혼자 킬킬대면서 본 책
아재들의 일기장을 훔쳐 보는 것 같은 느낌
반백년 산 아재의 유쾌함이 있는 에세이? 만화책?
가끔은 배울게 없는 책도 좋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생의 심오함이 묻어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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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결혼한 나는 ‘아재’하면 왠지 내 또래는 아닌 느낌이다. 왠지 우리 남편 회사 부장님 같은 느낌.
‘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하고 한 장 펼친 순간…
응? 벌써 다 읽었네?
아저씨 갬성 물씬 나는 ‘천공의 섬 아저씨’. 왠지, 서평도 날티나게(?) 써도 될 것만 같은 가벼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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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들은 집에서는 한낱 종잇장처럼 가벼우면서 밖에 나가 서는 묵직하게 일 하고,
궁상맞고 안쓰럽다가도 가정의 든든한 버팀목을 자처한 뒷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왠지 이제 곧 아재 냄새 나게 될 (아니 이미 나고 있나?) 남편이 생각나기도 한다. 남편한테 잘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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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쾌한 에세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인생을 이렇게 저렇게 보기 좋게 꾸민 에세이도 좋지만, 아제세이 ‘천공의 섬 아저씨’처럼
있는 그대로, 일기장 같은 에세이가 오히려 마음을 울린다. 공감하게 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즐겁다가 또 짜증나다가, 행복하다가도 화가나기도 하고, “아들 사랑해~” 하다가 “야! 김시원!” 하며 소리지르기도 하는 그런 삶.
천공의 섬 아저씨가 그렇다.
날것 그대로의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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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7 흑역사
<생은, 흑역사로 점점이 채워지는 부끄러움의 역사가 아닐까…
나의 부끄러움은,
먼 훗날 딸과의 재미난 사연이 될 것이다.>

어릴땐 ‘흑역사를 만들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생을 살다보면 흑역사는 필연이라는 것. 먼 훗날 봤을 때 킬킬댈 수 있는 많은 부끄러움을 만들어보자. 부끄러움은 잠시만 느끼면 된다.

p.108 뽑기
<나는 과거가 됐고, 아이가 미래가 됐다.
그리고 이제 내게 돌아오는 것은 뜻밖에도 ‘성적표’다.
아이를 보면 내 인간성, 내 지성, 내 성정 등 모든 것에 대한 성적표를 보는 것만 같다.>

곧 다가올 미래에 받게 될 성적표. 첫째를 보고 있으면, 지금도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고 있는 기분이긴 하다. 조금 더 좋은 성적표를 위해 처신 잘 해야지…

p.119 딸이 자란다!
<우리 딸이 살아갈 세상에서는 누구의 딸인지,
집에 돈이 있는지, 얼굴이 예쁜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 그딴 것으로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나 소중한 딸인데… 우리는 그저 조금씩 다를 뿐 모두 소중한 사람이다. 그 조금 다른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뿐.>

그럼그럼. 내 딸도, 나도, 이웃집 딸도. 얼마나 소중한 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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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구석에 쳐박혀서 읽다가, 나 혼자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그리고 계속 다음장으로 넘겼다. 계속 읽고싶다. 오랜만에 쉬는 것 같은 느낌.
‘천공의 섬 아줌마는 안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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