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 길 위에서 만난 나와 너,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조아연 지음, 고요한 사진 / 하모니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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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도망칠 장소가 필요해서 여행을 떠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사랑스러운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그 순간들이 당신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면 그 시간은 당신에게 작은 여행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다 버리고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떠나지 않아도 당신은 충분히 용기 있고 잘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무게에 지쳐 훌쩍 떠나고 싶으면 떠나도 괜찮다. 당신이 길 위에서 만나는 작은 찰나의 순간들이 인생의 아름다운 한 장면이 되기를 기대한다. 내가 길 위에서 만난 사소하지만 반짝이는 순간들이 잊지 못할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던 것처럼 부디 당신의 여행도 그러하길. P_181

 

 

어릴 적엔 그저 그런 시골이었지만, 이제는 관광지가 되어버린 곳에 살다 보니 혼자, 둘 혹은 여럿이 캐리어를 끌고 여행을 다니는 걸 자주 보게 되었다. 나의 일상이 누 군가에겐 여행이 되기도 하는구나 싶어 그들이 부러웠다. 인생 통틀어 여행이라곤 수학여행, 신혼여행 포함 손에 꼽는 몇 번이 다였던 나에겐 어쩌면 그들의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일상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건 아니었지만, 일상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특히, 작년부터 계획했던 올 봄 여행이 미뤄지면서 부 터는 여행이 간절했다.

 

그래서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 혹은 무엇 때문일까? 라는 궁금증도 한 몫 했다. 책은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 함께 여행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 여행 중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내가 어떻게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 각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들, 그걸 함께 나누는 사람과의 추억들, 각 여행지에서 스쳤던 사람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일상의 소소함부터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까지 담겨있는 책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좋아하는 일이 여행이라서 여행을 떠난다는 작가님.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멋있다고 부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일상에서 무엇인가를 꾸준히 노력하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더 부럽다고 말한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설렘, 특별함, 긴장감 이런 것들을 느끼려고 여행을 한다. 어쩌면 작가님은 그 반대가 아닐까? 여행지에서 일상을 느끼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님의 여행은 더 특별할지도 모른다. 마치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모두들 인생 사진을 한 장이라도 건져보겠다고 사진 잘 찍어주는 가이드를 선정하고 그 멋진 풍경을 미처 눈에 담지 못하고 셔터를 누르는데 집중하지만, 작가님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해가 지는걸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사소하고 소소할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다른 시선에서의 감정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소박하기도 하고, 아름다우면서 이국적인 화려한 사진들은 덤으로 눈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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