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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의 태양 시칠리아의 달 내가 사랑한 이탈리아 2
우치다 요코 지음, 박승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이탈리아에서 살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을 관찰한 일본 수필가.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1

책을 끝까지 읽을때까지 나는 저자의 직업이 뭔지 너무 궁금했다.

신문사를 편집국장을 찾아갔다는 말에서 기자인건가?

아님 그냥 기고가인가?

소설가인가?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했지만 끝까지 잘 모르겠더라.

 

요코라는 이름에서 여자라는 것을 알고 읽었지만 책을 읽다보면 마치 섬세한 남자가 쓴 글 같다는 느낌도 들어서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성별마저도 판별이 어려웠을 듯.

 

책이 일인칭의 입장에서 쓰여지긴 했지만 정말 상황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기에

전면에 작가가 드러나지가 않고 작가 자신과 관계된 것들은 힌트도 찾기 힘들다.

꽤나 독특한 방식.

 

이렇게 글을 쓴 작가의 의도는 아마도

자신이 아닌 자신의 글의 대상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조명을 비춰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2.

작가에 대한 것도 궁금증이 뭉게뭉게였는데

책을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이 책의 카테고리는 대체 뭔가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만난 10명의 사람들에 대한 에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10개의 단편 소설을 읽는 줄 알았다.

그래서 정말 이것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앞 표지와 책 날개의 책 소개를 계속 들춰봤다는 거.

누구라도 만날 수 있는 상황들, 사람들을 참 감성적으로 탁월하게 지면으로 옮겼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사람은 작가가 만난 이탈리아 사람들이든 지금 내 옆에 있는 내 이웃이든 모두 특별하다.

각자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고 걸어온 길이 있는 인생들이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이 특이한, 자신만의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책이 특별한게 아니라

 

평범함을 특별하게 그려낸 작가의 역량에 엄지 척.

 

나도 언젠가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이렇게 특별하게 그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3.

이 책에 등장한 10명의 사람들 중, 평생 철도원으로 근무하던 오스왈드란 아저씨.

철도에서 사고로 팔을 잃고, 평생 일한 역무원으로서의 직업도 잃었는데 

마직막에 철도회사에서 날아온 편지에 이건 정말이지 한 편의 영화같잖아! 라고 책읽다 혼자 감동했다. 

아직까진 사회가 따뜻하다.

 

#4.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 고단샤 에세이 상을 사상 첫 동시 수상했다는 

저자의 다른 책, 이 책의 전편(前編)인 카사디지노가 읽어보고 싶어졌다.

원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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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서대문 광화문 언저리..

같은 공간을 같은 모습 (배회하고 걷고 생각하고)으로 보냈는데

이렇게 다른 사유를 하고 다른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조금 찌릿하면서도 

그때의 나는 그저 야자라는 구속이 싫어서 방황하는 고딩이었으니..라며 위안을 해본다.

 

#1.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까?

어떤 책들은 읽을 때 바로바로 정리가 되는 그런 책들이 있다.

서론 본론 결론 그래서 마무리는 이렇게. 

마치 수학공식처럼 말이지.

그런데 이 책을 그렇게 와쿠를 잡을 수 있는 유형의 책이 아니다. 

이렇게 선을 그으면 되겠다 생각하면 또 다른 모습으로 저쪽에서 다른 생각들을 풀어놓고

겨우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면 마치 연기처럼 그 모습이 흐려지고.

격변기에 이 시대를 살아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작가의 이야기까지 덧입혀져서 그런가보다.

나는 원래 책읽는 스타일이 첫페이지부터 마지막페이지까지 한 번에 몰입해서 읽지만,

이책은 그렇게 읽으면 안되는 책인거 같다. 

조금씩 음미하며 작가의 생각과 또한 작가가 보여주는 예술인들의 삶을 같이 느끼며 공명하며.. 그렇게 읽어야 하는 책.

 

#2.

서문을 보면 작가의 산책을 예술산책이라 이름지어놨다.

 

`예술가들은 시대의 불안을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는 존재들이다 .

그들 역시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으며 시대의 균열을 더듬고 봉합하려 애썼다. 

온 몸으로 시대에 부딪히며 저항하다 부서졌으며, 무수히 읽고 나서야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

그 흔적들이 켜켜이 쌓인 이 도시를 거닐면서, 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들의 삶의 연장선에서 지금 우리의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나는 위로가 필요할 떄 그들의 절망을 더듬었고, 사유가 필요할 떄 그들의 흔적을 응시했다.

이 도시에 발을 디디고 있는 한, 어제의 그들과 나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

조각나 시간들 속에서 기쁘고 또 울적할 떄 나는 유년의 시간부터 

지금까지 내 곁에 머무르고 있는 예술가들을 소환하여 서울의 거리를 활보했다. 

나는 이것을 '예술 산보'라고 부르려 한다. 

 

작가를 따라서 건축가, 화가, 소설가, 시인..서울의  구석구석 숨어있는 곳을 같이 다녀본다.

그 시대를 같이 이해하고 그 작가를 알고나니 다시금 그들의 그림이 보고싶어지고

그들의 작품이 읽어보고 싶어지고

건축..공간이란 것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어진다.

 

#3.

책을 쭉 읽어나가면서 작가가 개인적인 마음을 가장 많이 풀어놓은 사람은

수많은 소문을 뿌리고 사라진 천재 번역가 전혜린이 아닌가 싶다.

수학을 0점 받고도 서울대에 들어간 똑똑한 여자.

자신의 젊은 날의 열정이 마모되는 것을 두려워하던 여자.

그래서 31살의 나이에 자살을 선택한 여자.  

가끔 보면 그렇다. 너무 명석한 사람들은 군중(사회)와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거같다.

그 사고의 깊이를 같이 공감해 줄 동지가 없다해야하나,.,?

결국 생각의 깊이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많은 철학자들 예술가들.. 

진짜 지혜를 알지못한 이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어찌보면 덜 똑똑한 것이 좋은 거 같기도 하고. 

 

#4.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말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말을 참 잘하는구나..

언어체계가 발달할 수록 발달한 민족이라는데 

우리 국어는 참 아름답고, 변화무쌍하며, 섬세하다. 

윤동주의 흔적을 찾아가는 챕터에서 우리나라말이 조선어를 뜻하는 선어(鮮語)로 전락해 

제2외국어로 가르치다 그마저도 금지되어버린 암울한 시절이 있었음을 알았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의도치않게 언제부턴가 통번역을 하게되면서 느낀다.

'말'을 뱉을 수 있다고 그 말을 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언어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사고의 과정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깊어져야하고 넓어져야 한다.

그것을 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

내 중고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봤을 때, 나는 우리말로 사고하는 법을 배웠던가.

초딩때 항상 이런저런 책에 관심을 가기고 책장을 넘기던 날들은 학년이 올라가면 갈수록 확연히 줄어들었다.

 

볼트와 나사의 이름을 외우고

운율과 화자의 심정을 외워서 빈칸을 채워넣었다. 

사장님이 비지니스 회의에 가셨다는 내용의 영어지문을 받아 적기해가며 외웠다. 

공부를 하는 것은 좋은데 왜 이 공부를 해야하는지, 그 '의미'를 찾았던 거같다. 

의미없는 그 구속이 그렇게나 싫어서, 7시부터 시작된 감옥이 밤 10까지 이어지는게 싫어서 야간자율(타율강제)학습시간엔 

책상을 창고에 숨겨놓고 광화문을 그렇게나 배회했는지도 모른다. 

학교가 덕수궁옆에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내 고딩시절 내 숨통을 틔워줄 몇 안되는 낙이었다.  


 

물론  시절 시험을 치루기 위해 했던 그런 것들도 어느 필요한 공부였겠지만

조금은,, 조금은 생각이란걸    있길


나보다 오래살고 먼저 살았던 생(先生들이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에 대해, 사회에 대해, 배려에 대해, 함께라는 것에 대해  

답까진 아니더라도 답을 더듬어 알아가는 방법을 려주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찌보면 그 학교가 발판이 되어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또 그 기회가 발판이 되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얻었으니 그 나름의 역할에 감사. 

 

#5.

'그녀를 생각하면 많은 시간 많은 기회가 여전히 우리를 위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착각했던 오만한 날들이 떠올라 목 안이 뜨거워진다.

이 건물도 그럴까? 같은 꿈을 가진 이들과 언제까지나 함꼐 할  것이라 믿었을까? 시간은 믿음을 저버린다.

곧 새로운 시간이 오래된 기억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작가가 친한 지인었던 건축 잡지의 기자를 잃고 느낀 단상. 

오늘 아침에도 봤지만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어지더라.

나도 엄마는 당연히 그곳에 언제나 있을거라고..

나를 기다려 줄거라고 오만하게 착각하고 있진 않은지..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보고싶어, 사랑해'

 

 

#6

그런데, 예술가 중에 음악을 하는 사람은 소개되어있지 않음에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음악도 있었다면 조금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그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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