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야기 1-1 - 동양문명, 수메르에서 일본까지 월 듀런트의 문명 이야기 1
윌 듀런트 지음, 왕수민.한상석 옮김 / 민음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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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책을 읽다보면 사람을 전율시키는 책들이 있다. 물론 그런 책들을 만나는 것은 평생의 벗이  될 사람을 찾는 것 만큼이나 쉽지 않다. 하물며 요즘처럼 잡서와 양서가 구분없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며칠 전 나는 서점에 들렀다가 오랜 벗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양서를 접할 수가 있었다. 윌 듀란트의 노작 '문명 이야기'가 그러하다. 

'문명 이야기'는 신석기 시대부터 나폴레옹 시대에 이르는 1만년 인간 문명의 역사를 22권의 책, 1만 3천여 페이지에 담은 방대한 분량의 문명 해설서이다. 그는 1만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펼쳐졌던 인간 군상들의 행위들과 그 자취를 '통시적이면서도 공시적으로, 분석적이면서도 종합적으로' 그려나간다. 철학자다운 깊은 사색과 예리한 분석의 힘을 통해 그는 무미건조한 연대기가 아닌 인류 행위의 총체로서의 생생한 역사를 드러내 보이는데 성공하고 있다. 

책의 곳곳에는 인류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깃들어 있는 경구로 가득하다.  

- 신을 처음으로 탄생시킨 것은 두려움이었다. 

- 역사에서 윤리 발전의 의미는 윤리 규범의 개선보다 규범 적용 범위의 확산에서 찾을 수 있다. 

- 교역의 시작점은 해적질이지만 그 정점은 윤리다. 

- 고대 문명은 야만성이란 대해에 떠 있는 조그마한 섬이다.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우리 인간의 역사가 야만과 광기의 역사 그 자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책 내용에 따르면 구석기 시대 노예가 없었던 것은 인간들이 결코 휴머니스트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노예를 먹일 만한 잉여식량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전쟁 포로는 모두 죽이거나 아니면 잡아먹었다. 신석기 시대 이후 농업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비로소 인간은 '자비롭게도' 포로들을 죽이거나 먹이로 삼지 않고 노예로 부려먹게 되는 것이다.      

노예된 자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전쟁이 일어나고 도시가 함락되어 포로가 되었을 때 노예가 되는 것은 차라리 축복인지 모른다. 정복자의 취향이 조금 독특하거나 혹은 그날의 심기가 불편했을 경우 죽음을 당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알렉산더의 자비는 예외 중의 예외였던 셈이다. 인간의 역사가 피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결코 과장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문명 이야기 속에 전쟁사와 비참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과 전쟁 속에서 휴식기 같은 평화가 찾아오면 찬란한 건축과 예술이 꽃을 핀다. 그리고 일상의 희노애락의 역사가 펼쳐진다. 저 먼 고대 인간들의 삶은 퇴색해 버린 신전 담벼락의 그림이나 혹은 마른 땅처럼 갈라진 토판 위에 쓰여진 글귀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들은 말썽꾸러기 자식을 걱정하고 아내의 바람기를 근심한다. 그들의 삶은 오늘날 우리들의 삶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결국 문명 이야기는 우리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그렇기에 문명 이야기를 읽어 나가는 것은 바로 현대의 우리들을 이해해 가는 행위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뉴욕타임즈의 성찬 그대로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이미지로  우리가 물려받은 문화의 찬란하고도 거대한 파노라마'를 보여준 윌 듀란트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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