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소유하고 더 사랑하라 - 소유를 버리고 여유를 만나다
조슈아 필즈 밀번.라이언 니커디머스 지음 / 데이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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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입맛이 썼다.
책에서 짚어주는 점들을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심지어 실천했고 실천한 만큼의 성과도 얻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필요했다. 지금의 나에게 더 절실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한 적이 없고, 가계부를 꾸준히 쓰며 스스로의 소비 목록을 인지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며, 수면을 챙기고, 나쁜 음식을 절제하던 몇 개월이 있었다.
그리고 근래에 삶에 작은 구멍이 난 것처럼 풀어지고, 한없이 풀어지고 풀어지고 있다.
겨울, 추위에 대한 스트레스와 길어진 밤, 기후 위기에 대한 우울감, 바빠진 근무 환경 등등 원인을 꼽아봤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아지진 않았다. 마음이 자꾸 방황했다. 이렇게 절제하는 삶이 맞나? 특히 20대에 어울리지 않는 삶의 태도라 주변에서 얹는 말에 휘둘렸고(그렇게 살면 재미없지, 얼굴이 핼쑥해진 거 같다고, 청춘이 뭐 이러냐고 등등), 풀어진 생활 습관 속에서 나는 더 자주 불쾌해졌다. 살이 찌고 돈을 낭비하고 이게 아닌 거 같다가도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스트레스성 폭식도 반복했다. 
책 속의 작가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살면서 많은 시간 동안 나는 나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특히 여섯 살에서 일곱 살이 될 때는 몸무게가 두 배 증가했다. 어머니의 알코올 중독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을 때다. 내 주위가 혼란의 기운으로 가득 찼을 때 내가 유일하게 내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음식이었다. p.177
스스로를 인정하고 긍정할 수 없는 지금의 나에게, 나를 닮은 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내 상황을 직시할 수 있었다. 나보다 책을 더 신뢰하는 나에게 이 책을 근거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설득해야지 다짐할 수 있었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지속과 반복이다. 삶은 한시적 이벤트가 아니다. 삶은 길고 꾸준함은 어렵다. 나한테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잊지 않도록 이 책을 곁에 두고 자주 들춰보려고 한다. 나는 앞으로도 종종 삐끗할 테지만 그럼에도 좋은 곳을 향해서 계속 걸어야 한다. 삶의 여러 방면에서 중요한 걸 잊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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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같이 남긴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에 충실하지 않고 휘청거리며 인생을 살아간다. 나는 확실히 그랬다. 너무나도 많은 순간들을 헛되이 보냈다. 현재에 살지 않고 과거에 머물러 있거나 미래에 대한 헛된 꿈을 꾸며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현재의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그리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 내지 않는 다면 인생 그 자체를 헛되이 보내는 것과 같다. p.167
체력을 기초까지 끌어올리는 것의 포인트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움직임이다. 운동은 전혀 복잡하지 않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 체육관에 가든지 공원에 가든지, 수영장에 가든지 호수에 가든지, 인도를 걷든지 하이킹을 가든지 요점은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매일 주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좌식 생활이 일상화되어 있고 편리함과 편안함을 건강과 웰빙보다 우선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게다가 적정 운동량을 채우게 되면 수면의 질도 올라간다.  p.192
정말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당장 가져야 하는 듯하다. 재정적 계획을 짤 필요도, 저축을 할 필요도, 소비에 대한 우선순위를 만들 필요도 없는 듯하다. 미래의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말이다. 언젠가는. 
(중략) 솔직히 말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면 그것을 살 여유가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때까지 열심히 땀 흘려 번 돈을 조금은 손에 쥐고 있어도 괜찮다. 그리고 가계에 들어서서 이전까지 그토록 원하던 물건을 직접 맞닥뜨렸을 때 사실은 그 물건이 없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p.283
안타깝게도 우리가 인간관계에 대한 우선순위를 세울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접근성과 편리함인 듯하다. 결국 우리는 주변부 관계에 속한 사람들과 우리의 소중한 시간 중 대부분을 보내곤 한다.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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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는 흰 바탕에 파란색 글씨로 깔끔하게 제목이 쓰여 있다. 
내지 디자인도 쪽 번호 아래에 불필요한 여백이 없어서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요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간결하게 나열되는 질문들과 미니멀리스트의 규칙 등 바로 생각해 보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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