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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매우 재미있다고 추천받아 읽은 책입니다. 다 읽고 난 후에도 결말 때문인지 한참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누쿠이 도쿠로의 첫 추리 소설이랍니다. 하지만 비중은 번뜩이는 추리에 있다기 보다는 인간 내면의 변화를 묘사하는 데에 있습니다. 담담한 문체로 넘치지 않게 소설을 끌어간다는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문으로 읽어봐야 확실하겠지만, 문체가 상당히 깔끔하고 표현도 진부하지 않습니다. 구성도 서로 다른 두 이야기를 홀수 장과 짝수 장으로 번갈아 가며 얘기하기에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미까지 있어서 450여쪽의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후반까지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결말이 마음을 좀 무겁게 만들긴 합니다만.
54장에서 신흥종교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괜찮습니다. 눈여겨볼 만 합니다.
누쿠이는 등장 인물을 통해 일본에서 신흥종교가 문제가 되는 것은 완전히 비지니스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비지니스화 되었다는 것은 종교가 기업과 같이 이윤을 추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것도 진짜 기업처럼 합법적인 법률 내에서 말입니다. 직설적으로 말해 신도가 원하는 것은 마음의 안정이고 종교단체가 원하는 것은 돈이겠죠. 다시 말해, 종교는 시작하는데 밑천이 거의 들지 않고 기부하는 쪽 역시 물질적인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떻게 보면 생산없이 소득만 있는, 짭짤한 장사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이윤은 신도 수에 비례하기에 종교단체는 당연히 신도 모집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수단이 초현실 현상과 다단계 구조입니다. 그런 수단을 통해 불안, 고독, 컴플렉스와 같은 마음의 틈새를 이용해 돈을 버는 자도 문제이지만 그러한 종교에 빠지는 자도 문제입니다. 순수하게 신을 믿고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에 대한 보상심리가 신앙의 근저에 어느 정도 깔려있기 때문에 빠지는 거겠죠. 그리고 흔히들 신흥종교라고 하면 일면지를 장식할 만한 사교(邪 : 그릇될 사, 敎 : 종교 교)나 흑마술 등을 떠올리기 쉽습니다만, 물론 개중에는 그런 집단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엿한 비지니스이기에 불법이나 지나치게 눈에 띌 만한 행동은 될 수 있는 한 피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