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조심 - 조종사와 비행에 관한 아홉 편의 이야기
로알드 달 지음, 권민정 옮김 / 강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matin이 선물로 준 소설이다. (우선, 잘 읽었어 matin, merci beaucoup!)
『찰리와 초콜렛 공장』으로도 유명한 로알드 달의 첫 단편집이다. 이 단편집은 달이 제2차 세계 대전에 공군으로 참전하여 경험한 것을 소재로 한, 9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만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존적인 경험이 피상적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소설 속의 죽음, 부조리, 운명 등이 아직은 머리로 밖에 이해되지 않고, 감동도 있기는 하지만 절절하지는 않다. 아, 나의 글 때문에 어두운 단편집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는데 유쾌한 이야기들도 있고 기이한 이야기들도 있다.
재밌는 생각이 났다. 작가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배경으로 설정한 것이 실존적인 문제를 더 부각하기 위해서 였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전쟁을 모르는 독자는 깊게 공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독자가 굳이 전쟁을 겪어볼 필요는 없지만, 예술의 기능 중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술가와 감상자간의 공감인데, 그 부분에서는 뭔가 부족하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전쟁 얘기를 한다고 작가를 탓하는 내 꼴이 좀 우습긴하다. 작가가 독자를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어쨌든 크게 와닿진 않았다.
장편에서 볼 수 없는 단편만의 매력은 간결, 긴장감,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이 3가지를 충족하고, 그 면에서 나를 아주 만족시킨 단편은『어제는 아름다웠네(Yesterday Was Beautiful)』와 『개 조심(Beware of the Dog)』, 이 두 편이다. 장편 소설이 `......`로 끝나야 한다면, 단편 소설은 `!`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 두 편에서 `!`, 보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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