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새움 세계문학전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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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 세계

 

 

자이 오사무의 대표적인 작품 「사양」은 저자를 일본 대표 작가로 만든 베스트셀러이기도 하고 몰락해 가는 상류계급 사람들을
뜻하는 '사양족'이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사양(斜陽)은  새로운 것에 밀려 점점 몰락해 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석양(夕陽:저녁때의 햇빛)의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어서
제목에 이중적인 의미가 담겨있지 않나 혼자만의 생각을 해봤다
석양이 지는 해이긴 하지만 하늘가가 붉게 물드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보통 아름다움과 평온함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해가 지고 나면 반드시 아침이 밝아 오기 때문에 희망의 은유적인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보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 스칼렛이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면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라고 말하며 사랑을 되찾겠다는 의지와 희망에 찬 모습을 마지막 장면에 담고 있는데 가즈코 또한 우에하라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강한 생존 의지를 담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사생아와, 그 엄마.
우리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갈 생각입니다. ____ 204p

<사양>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몰락한 귀족 가족인 가즈코, 어머니, 남동생 나오지와 나오지의 문학 선생인 우에하라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패전 후의 상실감과 정신적 혼란, 내면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여성인 가즈코의 독백을 통해 저자는 각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고 탁월하게 묘사한다
일본 최후의 귀부인으로 생을 마감하는 어머니는 시대의 변화로 인해 기울어져 가는 집안 형편에도 끝까지 귀족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는다
아름답고 낙천적인 데다 유머감각까지 지닌 어머니.
그녀는 지난 시절의 그리움이자 동경이고 추억을 상징하는 다른 이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민중이 되고 싶었지만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못하고 세상을 겉도는 이방인으로 마약에 중독되고 술에 절어 살아가다 인생을 비관하고 자살을 택하는 나오지. 
사양의 주인공으로서 우에하라와 관계를 갖고 아이를 가지면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모색하려는 가즈코.
암울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상황 속 여성에 대한 기존 도덕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해 나가려는 그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는 그녀의 분신으로서 미래이고 살아갈 위로와 용기, 희망으로 비춰진다
우에하라 역시 전후의 영향으로 삶에 대한 비관과 허무 의식으로 상실감을 느끼고 데카당 생활을 지속하며 몸에 병을 얻고 몰락해 간다
나오지와 우에하라의 깊은 고뇌와 쓸쓸한 행적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파란만장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여주인공 가즈코는 가족들을 잃은 가운데 삶의 의미를 사랑에서 찾는다
몰락한 화족의 생활에서 절망과 허무에 빠지기보다는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통해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낡은 도덕에 반기를 들며 자신만의 사랑을 찾고
성장해나간다
기존의 관습으로 정형화된 여성상에서 탈피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여성상의
면모를 드러낸다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 ____ 138p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제 도덕 혁명의 완성입니다. ____ 203p

상류계층으로서 누리던
모든 것을 잃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
그동안 풍족하게 누려왔던 귀족의 생활에서 경제적으로 빈곤해진 현실은 죽고 싶은 기분이 들 만큼 참담한 것일 수 있으리라
몰락해 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든 견딜 수 없는 인생 최대의 위기일 수밖에 없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그것도 지극히 정상적이지 않은 퇴폐적인 생활을 하는 ) 유부남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희망하는 가즈코. 
그녀로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이혼녀이면서 미혼모로서의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의 용기는 어디서 온 건지 궁금해진다
그녀의 선택에 선뜻 공감과 이해가 가진 않지만... 무모하다 여겨지기도 하지만 비루해진 삶을 포기하지 않고 혼돈의 가치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세우며 살아내려는 의지와 용기에는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____ 118p


"하지만, 너무 늦었어. 황혼이야."
"아침이에요."
우에하라와 가즈코의 대화에서 저무는 태양 위로 번져 나오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소설의 제목은 몰락을 의미하지만 가즈코를 통해 반전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무채색의 어둡고 음울한 허무의 느낌이 지배적이지만 담담한 문체 속에 주인공 가즈코의 삶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남성적인 목소리로 강렬하게 대면했던 인간실격과는 다르게 가즈코라는 여성의 담담한 독백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묘사 문장들이 그만의 사유를 내보인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 이유다

가즈코가 우에하라에게 쓴 편지와 나오지가 누나인 가즈코에게 남긴 편지, 밤메꽃 일지에는 희망과 절망이,  의지와 상실감이 공존한다
편지를 통한 심경 고백은 좀 더 사실적이고 절실함이 배가 되어 느껴진다
저자의 자전적인 소설이기에 그가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진솔하게 서술하는 문장 하나하나에 방황과 고뇌가 전해지고 그 아픔이 와닿는다
같은 인간으로서 인간의 내면의 고통에 다가가 헤아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재독을 하면서 솔직한 내면의 감정들을 드러내는 문장들이 마음에 와닿았고 이전에 읽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설은 한 번 읽으면 다시 찾게 되는 경우가 드문데 다자이 오사무의 장편소설은 여러 번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책 속 문장처럼 '슬픔의 한계를 지나 마주하는 신비하고 희미한 빛..... 같은 기분이 든다
역자가 추천해 준 대로 각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작품을 좀 더 깊이 읽고 싶다
<인간실격>에서도 그랬지만 호흡이 긴 문장을 쉼표를 사용하여 제시함으로써 문장이나 글의 의미를 되돌아 보고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인간실격>과 <사양> 두 작품을 비교해 가며 읽은 것도 문학의 또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좀 더 천천히 문장을 곱씹으며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를 더하는 책... 다자이의 문학에 점점 빠져든다


◈ 아아, 돈이 없다는 것은, 이 얼마나 무섭고 비참하며 구원 없는 지옥인가. 라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깨닫는 기분에, 가슴이 벅차고 너무도 괴로워서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다. 인생의 엄숙함이란 이런 때의 느낌을 말하는 것일까, 꼼짝할 수 없는 기분으로, 똑바로 누운 채, 나는 돌처럼 가만히 있었다. ____27p

◈ 다른 생물에게는 절대로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 그건 말이지, 비밀, 이라는 거야. ____ 64p

◈ 소나기가 걷힌 하늘에 걸린 무지개는 이윽고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만, 사람의 가슴에 걸린 무지개는 사라지지 않는 듯합니다. ____ 100p

◈ 행복감이라는 것은, 비애의 강바닥에 잠겨 희미하게 빛나는 사금 같은 것이 아닐까. 슬픔의 한계를 지나, 신비하고 희미한 빛 같은 기분. ____ 1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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