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고개
곽재원 지음 / 인디펍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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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쇄된 책들은 대부분 여는 말과 닫는 말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쓴 이는 열고 닫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기대하며 여느 책처럼 보물 주머니를 열듯이 첫 장을 열었고, 마지막장을 덮은 나에게도 불현듯 봄이 시작 되고 있었다.

 아마도 25살이라 밝힌 글쓴이는 단순한 나이가 아닌 살아오면서 밟아온 발걸음의 무게가 아닐까 짚어본다. 지나가는 사랑을, 계절을, 걸음을 기억하고 어느 하나 가벼이 흘리지 않고 소중하게 담아서 물의 흐름처럼 보여주는 글귀들은 책장을 넘길수록 나에게 추운 겨울을 밝히며 다가오는 채 굳지 않은 촛농과 함께 찰랑이는 촛불이었다.

 더 오랜 겨울을 지나온 나로써 스무다섯 해의 무게를 가볍게 여긴 나는 부끄러웠다. 지나온 겨울의 길이와 상관없이 속세에 찌든 헛어른보다 좀 더 일찍 푸른 봄을 찾은 글쓴이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고통과 과거를 넘을 때 마다 보일 것 같은 봄은 항상 추웠다. 봄이구나! 하며 넘어가던 나의 고개는 그 때 마다 항상 희망했지만 또 다시 겨울이었다. 어찌 묵묵히 세는 것이 봄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 생각 하지 못하고 지레 넘겨짚었는지 자신을 돌아본다.

 푸른 겨울을 걷고 있는 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푸른 봄, 어쩌면 푸른 여름을 찾아 나아가고 있는 글을 통해 때로는 되흐르면서 모두가 조금은 더 봄에 가까워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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